정부가 반도제·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자립에 나선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를 위해 9개 산·학·연 융합 연구단을 공식 출범했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반도제·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분야 핵심소재 공급 안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7일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를 위해 9개 산·학·연 융합 연구단을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수행과제와 기관을 확정했으며, 프로젝트에는 11개 공공 연구기관, 35개 대학, 40개 기업이 참여한다.

이번 사업 연구단은 100대 핵심품목 분야에는 기술개발 역량과 실증 인프라를 보유한 공공연구기관이 총괄기관으로 정책지정 됐다. 총괄기관은 기초연구와 개발연구간 가교역할을 하게 되며 이를 중심으로 수요·공급기업과 대학이 참여하게 된다.

선정된 9개 연구단은 약 30여개의 후보기술군 중 △보유기술의 원천성·혁신성·파급성 △100대 핵심품목 및 N-Lab과의 연계 △산·학·연 협력 및 기술이전 계획 등에 대해 산업계 인사를 포함한 전문가의 개방형 검증 및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연구단의 대표적인 연구내용은 △고투시성 이미징용 초격자 반도체 소재 △초고해상도·초유연 디스플레이 백플레인 소재 △저손실·저잡음 전자기제어 소재 등이다.

◇ 2,066억원 투자… 일본 수출규제 등 무역 분쟁 대비

이번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의 목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분야에서 해외 국가 간 무역 분쟁이 일어날 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지난 2019년 대한민국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 및 해당 기업의 자산 압류 및 매각 명령을 내리자 이에 반발한 일본은 그해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및 자동차의 제조 핵심 소재의 수출 제한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도 포함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또한 당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공정 자료를 요구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이 번역한 ‘일본 정부 수출규제 안내문 번역본’에 따르면 일본경제산업성은 ‘수요자의 해당품목 조달실적 및 최종제품 생산현황 관련자료’와 ‘해당 품목을 사용하는 플랜트의 최종제품 제조 절차에 관한 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

재혁신 선도 프로젝트의 목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분야에서 해외 국가 간 무역 분쟁이 일어날 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타격을 받게되자 ‘기술 자립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전반에서 제기됐다./ 뉴시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말 일본이 포토레지스트(반도체 표면에 식각처리할 시 사용되는 고분자 소재)에 한해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만간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정부와 업계에서는 향후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할 시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자립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확보가 시급한 100대 핵심 품목의 기술 자립을 목표하고 있다. 개별 연구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을 토대로 품목의 성능 구현·고도화와 다수 품목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플랫폼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사업에 향후 5년간 총 2,06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9개 연구단은 핵심기술 융합을 통해 △소재 설계·구현 △개발된 소재의 부품화를 위한 공정확보 △시스템 구현 및 검증으로 이어지는 소재·공정·시스템을 패키지로 지원해 기술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발된 기술은 사업기간 내 관련기업에 대형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연구단별 10억원 이상 기술료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공급망 구축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차관은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는 사업기간 내 100대 핵심품목·기술과 연계된 대형 기술이전 완료라는 도전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산·학·연 역할분담과 정책지정을 통한 공공연구기관 책임성 부여 등 혁신적 연구개발 수행방식을 도입해 국내 소재연구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선정된 산·학·연 융합 드림팀이 목표로 한 성과를 달성해 핵심소재 공급안정화, 나아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고도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 자립력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놓고 진행할 사업이 아니며 장기간에 걸쳐 기초부터 다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기술 자립력을 갖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나, 아직까지 일본·미국 등에서 이용되는 주요 소재·부품 생산 기술과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성급한 기술 자립을 위한 투자가 아닌 확실하고 계획적으로 정부와, 대기업, 중소·중견 기업, 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출범한 ‘소재혁신선도본부’를 활용해 연구단 내 협업과 애로사항 해결,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이전 촉진 등 연구단의 우수성과 창출을 밀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사태로 어려운 기업여건을 고려해 참여기관의 민간부담금 비율 완화와 정부납부 기술료도 면제한다.

아울러 하반기 8개의 신규 연구단을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100대 핵심품목 정밀분석과 새로운 기술수요 발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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