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회장(사진)과 장남 곽정현 대표가 이끄는 KG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뉴시스
곽재선 회장(사진)과 장남 곽정현 대표가 이끄는 KG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들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며 ‘대기업’에 등극한 KG그룹의 오너일가 곽재선 회장과 장남 곽정현 대표가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최근 재계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오너일가의 과다겸직 및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 오너일가 과다겸직, 이사회 출석률은 저조

KG케미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KG동부제철 등 27개 계열사를 둔 KG그룹은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소위 ‘대기업’의 관문이라 여겨진다. 이 중 다시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공기대상기업집단에 새로 포함된 것은 KG그룹을 포함해 5곳이다. 이로써 총 64개 기업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는 것은 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 및 감시의 시선 또한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KG그룹의 대기업 진입은 지난해 이뤄진 동부제철 인수가 결정적이었다. 2018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겼던 동부제철을 인수하면서 그룹 자산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KG그룹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곽재선 회장과 곽정현 대표 부자를 향한 책임감의 무게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오너일가의 과다겸직 및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논란도 풀어야할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의 계열사 등기이사 겸직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KG그룹 오너일가 2세 곽정현 대표의 계열사 겸직은 4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정현 대표는 무려 12곳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며, 그보다 많은 것은 최승석 SM그룹 부회장(18곳), 이중근 부영 회장(17곳), 우오현 SM그룹 회장(13곳) 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곽정현 대표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계열사는 KG케미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KG동부제철, KG, KG제로인, KG ETS, KFC코리아, KG에프앤비, 스룩, KG스틸, KG에너캠 등 12곳이다. 현재는 KG에너캠이 제외돼 11곳의 계열사에서 겸직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일가의 과다겸직 논란은 최근 재계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사안이다. 지나치게 과도한 겸직으로 인해 정상적이고 성실한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적잖은 대기업 오너일가들이 계열사 등기이사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과다겸직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매년 각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권고를 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과다겸직의 기준은 계열사 현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10곳이 넘는 겸직은 기본적으로 과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곽정현 대표에 비하면 적지만, 곽재선 회장 역시 현재 6곳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곽재선 회장의 경우 이사회 출석률 또한 저조한 모습이다.

곽재선 회장은 올해 6차례 열린 KG케미칼 이사회에 단 1번 참석했다. KG이니스에서는 5차례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고, KG모빌리언스에서는 3차례 이사회 중 역시 1번만 참석했다. 아직 1분기에 불과하지만, 이사회 출석률이 극도로 저조하다.

곽재선 회장은 지난해 KG케미칼에서 92.3%의 준수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KG이니시스에서는 19차례 이사회 중 3번만 참석해 16%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KG모빌리언스에서는 아예 10차례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이사회 출석률을 분석·발표하며 주요 대기업 오너일가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지적한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가 이사로서의 권한을 누리면서 그에 부합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사회에 출석할 의사가 없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주주와 회사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과 관련해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출석률이 75%에 미치지 않으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지침을 마련해놓고 있으나, 사내이사에 대해서는 지침이 없다.

마찬가지로 각 기업의 이사회 출석률 문제를 지적해오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 역시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공개되기 시작한 만큼, 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