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헌법 조문에 ‘5‧18 정신’을 넣어야 한다고 언급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러한 분위기에 응답하며 21대 국회 ‘개헌 공론화’ 불씨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18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며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17일)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도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할 하나의 민주 이념”이라며 “우리 헌법에 담아야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연일 ‘개헌’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다시 ‘개헌론’을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2년 차인 지난 2018년 청와대 주도의 개헌안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을 담아낸 바 있다. 당시 야당의 반대로 개헌안은 좌초됐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의 개헌 언급은 무게감이 더해진 분위기다. 총선에서 180여 석을 거머쥔 여당이 대통령의 ‘뒷배’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에서도 개헌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제안하며 개헌 불씨에 바람을 불었다. 안 대표는 “문 대통령도 언급하신 바 있고, 지난 20대 국회 헌법 개정 논의과정에서도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1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5‧18 민주화 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기하는 개정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심히 환영하는 바”라며 “정의당도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하며 헌법 개정과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헌이 가진 복잡한 속성 탓에 공론화가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개헌 논의가 필요는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개헌을 하면 5‧18 내용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개헌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 임기 막바지면 개헌 논의가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대통령이 4년 차쯤 되면 항상 개헌 논의가 나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후반에도 개헌론이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 문제 해결이 시급한 가운데 국론 분열이 자명한 개헌 논의는 사실상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지금 시기적으로 볼 때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넣자고 개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개헌을 위해서는 토지공개념‧이익공유제‧영토조항 등을 모두 논의해야 하는데,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또한 개헌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필요로 하다는 점을 들어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박 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개헌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야 할 대목”이라며 “민주당이 의석수가 많다고 해서 밀어붙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헌은 권력 구조와 직결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4년 중임제를 시도했다가 접은 상황에서 또 다시 헌법 개정으로 4년 중임제를 한다면 야당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은 이전 개헌 논의보다 얼마나 진화됐는가, 야당은 이전의 수구보수‧냉전논리에서 얼마나 벗어났느냐를 따졌을 때 양쪽 다 변하지 않아서 논의만 될 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총선 이후 정치권이 ‘대선 국면’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이 나서면 청와대와 여당과의 연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이전하고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라며 “차기 대선후보가 여당 안에서도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예전만큼 청와대의 말을 잘 듣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 역시 “개헌이 필요하다 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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