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식약처 허가 취소 등 악재에 메디톡신 공급·판매 흔들
휴젤, 대웅제약 등 경쟁사, 메디톡스 반사이익 기대 전망

식약처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제품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 명령과 함께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메디톡스 역시 식약처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했다. / 메디톡스
식약처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제품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 명령과 함께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국내 보톡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나타날 전망이다. / 메디톡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이하 보톡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톡스가 자사 보톡스 제제 ‘메디톡신’ 임상허가와 관련해 생산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이용하고 약효(역가정보)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송사에 휘말린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보톡스 시장에 진출한 제약바이오사는 메디톡신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어 향후 시장점유율 변동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제 메디톡신 50·100·150단위 등에 대해 제조·판매·사용을 잠정 중지시키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메디톡스는 같은 달 20일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가 거론한 메디톡신 제제는 오래전에 소진됐으며, 현재 시점에서 어떤 공중위생상의 위해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는 법원에 식약처의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불구속 기소돼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 놓였다. 사실상 메디톡신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 휴젤
국내 보톡스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휴젤의 보툴렉스 제제. / 휴젤

◇ 업계 1·2위 다투던 휴젤, 1위 굳힐 수 있는 기회

메디톡스의 악재는 국내 보톡스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제약바이오사는 보톡스 시장에서 메디톡스와 1·2위를 다투던 휴젤로 꼽힌다.

현재 국내 보톡스 시장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과 휴젤의 보툴렉스가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2006년 메디톡신을 출시해 보톡스 국산화를 이룩했다. 이후 휴젤이 2010년 보툴렉스를 출시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사 두 번째로 보톡스 시장에 합류,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메디톡스와 격차를 좁혔다.

이후 2016년 휴젤 보툴렉스는 보톡스 시장점유율 4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이어 2017년에도 휴젤이 메디톡스를 제치며 국내 보톡스 시장 1위를 수성했다. 2018년에는 다시 메디톡스가 휴젤을 다시 넘어섰으며, 2019년에는 다시 휴젤이 1위에 올라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톡스는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 제제여서 정확한 시장 규모는 파악이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보톡스 시장 규모를 1,500억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휴젤보툴렉스는 지난해 약 6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4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은 같은 해 54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해 약 35%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다. 휴젤은 경쟁자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반사이익을 얻어 독주를 달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간 함께 손을 잡고 영업망을 활용해 왔던 종근당과 결별하게 된데다, 종근당이 타사 제품을 도입해 시장에 다시 뛰어든 만큼 경쟁사가 늘어나게 된 부분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각 사
대웅제약과 종근당, 휴온스 등 보톡스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제약바이오사들도 입지를 넓히기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 각 사

◇ 메디톡스 제동에 대웅제약·종근당·휴온스, 입지 넓히나

메디톡스는 현재 검찰 조사와 식약처의 허가 취소 논란 외에도 대웅제약과 각 사의 보톡스 제제 나보타·메디톡신의 균주 출처를 두고 국내외에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번 메디톡스의 잡음은 대웅제약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보톡스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자사 보톡스 제제 ‘나보타(수출명: 주보·누시바)’는 유럽연합(EU)·아랍에미리트(UAE)·인도네시아·브라질 등 각 국에서 품목허가를 잇따라 받아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임상3상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대웅제약은 2022년까지 중국 시장에 나보타 출시를 목표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나보타는 국내 보톡스 제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장점도 부각된다.

이러한 여러 긍정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국내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보타가 다른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타 경쟁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휴온스와 종근당의 보톡스 시장 쟁탈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휴온스는 지난해 6월 ‘리즈톡스’를 출시했으며, 종근당은 지난 4월 휴온스글로벌의 보톡스 제제(휴톡스)를 도입해 ‘원더톡스’라는 이름으로 보톡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특히 종근당은 2013년부터 휴젤과 손을 잡고 휴젤의 보툴렉스 제제의 공동판매에 나서면서 당시 국내 시장 1위를 달리던 메디톡신을 끌어내렸다. 일각에서는 휴젤이 보톡스 시장의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종근당의 탄탄한 영업망이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휴젤은 2019년을 끝으로 종근당과 계약을 종료했다.

그간 미용·성형 시장에 관심을 가져오던 종근당은 휴젤과 계약이 종료된 후 보톡스 시장에 재진입을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이후 종근당은 휴온스글로벌의 보톡스 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종근당은 그간 보툴렉스 판매를 위해 구축해둔 미용성형 업계 영업망을 이용해 원더톡스의 입지를 빠르게 넓혀나갈 계획이다. 종근당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동작한다면 보툴렉스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면서 동시에 현재 부재인 메디톡신의 파이도 일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과 휴온스글로벌의 협업은 휴온스가 영향력을 키우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종근당이 도입한 휴온스글로벌의 휴톡스 제품은 휴온스에서 판매하는 리즈톡스와 동일한 제품으로 식약처 허가등록만 새롭게 받은 제품이다. 종근당의 선전으로 시장에서 원더톡스의 제품이 입소문을 탄다면 휴온스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제품력을 입증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시장 확장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현재 국내에 메디톡신 제품을 공급·판매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그간 메디톡신을 이용해오던 성형외과에서는 타사 제품을 찾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현재 다수의 경쟁사가 메디톡신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와 함께 많은 언론 보도로 소비자들도 메디톡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대웅제약·종근당·휴온스 등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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