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성장세가 매섭다. 특히 화웨이는 급변하는 5G시장에서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이들의 트렌드를 읽고, 대응 혹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화웨이 궈핑 순환회장이 지난 18일 개최된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장면./ 화웨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중국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기업 화웨이의 기세가 매섭다. 현재 5G통신기기,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화웨이는 지난 30여년간 17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1,500건 이상의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전 세계 30억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통신 장비 및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화웨이의 움직임은 글로벌 IT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도 화웨이가 5G·ICT·스마트폰의 최대 경쟁사 중 하나이자,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글로벌 IT기업임을 감안해 이들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 세계 5G시장 선도하는 화웨이… “미래 5G트랜드는 융합형 네트워크”

현재 화웨이가 세계에서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5세대 이동통신 ‘5G’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도입이 시작된 5G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3GPP(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의 5G 표준 정립에 대한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들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가 최고 평점을 얻어 5G 기여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화웨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5G가속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온라인 화상회의 타입으로 진행된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에서 간빈 화웨이 무선 솔루션 부문 부사장은 5G산업이 직면한 트랜드에 부응하기 위해선 단순화된 융합형 5G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빈 부사장은 5G네트워크는 향후 ‘TDD(시분할방식)과 기존 주파수분할방식(FDD)과 융합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FDD는 통신 주파수를 나눠 업링크(지상에 위치한 단말에서 위성 또는 항공기 등으로 신호를 송신하는 것)와 다운링크(위성에서 지상국 방향의 링크. 업링크와 반대개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통신방법이다. 반면 TDD는 시간을 나눠 업링크 한번, 다운링크 한번씩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현재 5G는 TDD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FDD는 LTE에서 사용된다.

5G 초기 모델은 TDD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업링크에서 FDD에 비해 제한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FDD와의 융합을 통해 업링크와 다운링크에서 균형 잡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경험 및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간빈 부사장의 설명이다.

간빈 부사장은 “앞으로 2년간 기존 TDD와 FDD를 융합하는 방식이 5G네트워크의 새로운 추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웨이의 FDD와 TDD 융합 솔루션은 통신망에서 10배 이상의 대역폭 활용과 함께, 고객사별 비즈니스 지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간빈 부사장은 5G산업 가속화를 위해선 OPEX(업무지출)감소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구형의 통신망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으로 봤다. 5G시대에는 여러 주파수 대역의 공존이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2G, 3G 등 이용자 수가 적은 기존의 통신망을 중단해 운영 비용을 전체적으로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기반 지능형 네트워크가 OPEX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반의 통합 에너지 절약 시스템은 ‘셧다운 기술’을 사용해 통신망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네트워크의 에너지 절약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화웨이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AI 기반 통합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5G가 기존 4G의 100배 이상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간빈 부사장은 “5G시대에는 단순화된 융합 네트워크만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웨이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온라인 화상회의 타입으로 진행된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에서 간빈 화웨이 무선 솔루션 부문 부사장은 5G산업이 직면한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선 단순화된 융합형 5G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웨이

◇ 미국의 거센 압박은 걸림돌… 화웨이 “해당 제재는 미국에도 악영향 미칠 것”

그러나 올해 화웨이가 갈 길은 평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으로부터 각종 제재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상무부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 개정’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 5월 미국은 화웨이를 수출규제 대상 목록에 추가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가 공표하는 수출규제 대상 목록은 미국의 안보 및 외교 정책에 위해가 되는 기업, 개인, 정부 등을 목록화한 것을 말한다. 미국기업은 해당 목록에 들어간 기관과 거래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제재 이유에 대해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이용, 보안 침해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해외 기업을 통한 수많은 주요 산업과 기술 요소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화웨이는 인텔, 퀄컴,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스마트폰 운영체제 등 핵심 소재들을 받고 있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KOTRA 미국 워싱톤무역관이 발표한 ‘미국의 화웨이 제재 관련 동향’ 문서에 인용된 블룸버그 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화웨이에 제품 및 기술을 공급하는 주요기업 263개 중에서 미국 기업이 65개(25%)에 달한다.

화웨이 측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 개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웨이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미국 정부는 근거없이 화웨이를 수출규제 대상 목록에 추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모든 미국 정부의 관련 법과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정부는 화웨이의 발전을 억압하기 위해 끊임없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가고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은 전 세계 산업 전체를 훼손할 위험이 있고,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기술과 공급망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 궈 핑 순환 회장도 18일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 기조연설에서 화웨이와 글로벌 기업들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궈 핑 순환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이 제한됐으나, 화웨이는 난관을 타개해왔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늘날 세계는 통합된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화는 퇴보할 수도 없고, 퇴보돼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과 공급망이 훼손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으며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것”이라며 “산업계는 지식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통일화된 글로벌 표준 시스템 보호, 협력적인 글로벌 공급망 형성 등을 위해 협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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