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연대 회원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연대 회원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되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조처도 하지 않고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머뭇거리고 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가 개원과 동시에 ‘윤미향 블랙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18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당과 깊이 상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당 지도부가 적극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일각에서는 사실 확인 과정에서 핵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도부가 윤 당선인에게 의원직 사퇴를 뜻하는 자진 탈당을 권유하거나 제명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해찬 대표가 이르면 20일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관련 논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강훈식 수석대변인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것이 당의 입장임을 밝힌다”고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정의연은 회계 부정과 관련해서 투명한 검증을 위해 외부기관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또한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해당기관의 감사도 있을 예정으로 알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의연에서 요청한 외부 회계감사와 행안부 등 해당기관의 감사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이후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 내부에는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을 ‘친일 공세’로 규정해서는 안되고 당 차원의 조속한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을 조속히 털어내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 과제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21대 국회가 개원과 동시에 ‘윤미향 블랙홀’에 빠져 개혁입법 추진 동력과 명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통합당은 윤미향 당선인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통합당이 ‘윤미향 국조’를 상임위원장 배분 등 개원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미향 당선인 관련 의혹들에 대하여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여 그 결과에 따른 적합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윤미향 당선인이 과거 개인계좌로 받은 기부금에 대해서 즉시 거래내역을 공개하고, 사용내역의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 통화에서 “사안이 심각하기 때문에 당에서 먼저 조사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제는 국민의 상식,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며 “이것을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의혹이 확실히 밝혀져야 할 거고 당이 신속히 사안의 실체,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어제 (더불어시민당과)합당 신고로 윤 당선인이 민주당 소속이 됐으므로 당 지도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면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당 차원의 확인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에 대해 이른바 ‘데스노트’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정의당까지 민주당과 윤 당선자 압박에 나섰다. 

강민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자신 및 정의연과 관련한 논란을 정치공세로만 간주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납득 가능한 해명과 근거를 내놓기 바란다”며 “민주당 차원에서도 진상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 등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 당선인 관련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고 민주당 안팎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는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 본인이 소명할 것들은 여러 방법으로 소명할 것으로 안다”며 “사실 관계가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중심으로 문제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내 내부 논란이나 이견이 많은 것이 아니다”면서도 “사안을 무겁고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윤 당선인 사퇴 여부’ 관련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를 실시한 결과, 여권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호남과 진보 진영에서도 윤 당선인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2%가 윤 당선인이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고,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는 응답은 27.1%였다.

중도진보(51.3% vs 33.8%)와 진보(50.3% vs 33.7%) 등 범진보층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남·광주·전북 지역의 경우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39.9%,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는 응답은 34.7%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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