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미샤, 어퓨와 멀티숍 눙크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지난 1분기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안으며 올해 흑자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브랜드 미샤, 어퓨와 멀티숍 눙크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지난 1분기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안으며 올해 흑자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 에이블씨엔씨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악전고투하고 있는 뷰티 로드숍 업계에서 지난해 희망의 불씨를 지핀 에이블씨엔씨의 어깨가 또 다시 처지고 있다. 흑자 전환의 발판이 된 멀티 브랜드숍이 상승 기류를 타기 무섭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 1분기 122억 영업손실… 2년 연속 흑자 ‘적신호’

에이블씨엔씨에 켜졌던 청신호가 다시금 적신호로 바뀌고 있다. 미샤, 어퓨 등을 운영하는 화장품 제조 및 유통업체인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분기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기며 사상 최저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 첫 사업 분기에서만 연간 1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2018년의 ‘악몽’에 근접하게 됐다.

매출 자체가 감소한 게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지출 관리에 실패한 탓도 크다. 에이블씨엔씨의 분기 매출은 835억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또 매출원가가 오르면서 원가율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광고선전비 등의 명목으로 전년 보다 많은 판관비가 쓰이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및 중국 시장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팩토리, 생활도감 등 종속기업을 제외한 에이블씨엔씨만 놓고 보면 내수 매출이 전년 보다 110억원이 빠졌다. 반면 수출(159억원)은 25% 성장세를 보였다. 안방 시장인 국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제품 판매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앞에 맥 못 춘 눙크… ‘닷컴’으로 승부수

에이블씨엔씨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터라 이번 악실적이 더욱 쓰라리게 다가온다. 지난해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2세대 로드숍은 물론 대기업 소속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더페이스샵 등 1세대 브랜드들도 H&B스토어의 기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코르, 세포라 등 신흥 세력인 뷰티 편집숍까지 영토를 넓혀가면서 K-뷰티의 초석을 다졌던 로드숍의 시련이 계속됐다.

그러나 에이블씨엔씨는 과감한 혁신으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았다. 온라인과 해외 사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멀리 브랜드숍 눙크(NUNC)를 선보이며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략을 실천했다. 눙크는 지난해 6월 서울 이대점에 첫 등장한지 4개월 여 만에 20개 점포를 넘어서며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 미샤에서 눙크로의 간판 교체는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주도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일 브랜드숍을 포기하는 용단을 내린 효과가 코로나19 앞에서 맥을 못 추게 되면서 에이블씨엔씨는 다음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눙크의 온라인몰인 ‘마이눙크닷컴’을 오픈했다. 뷰티 업계의 필수 생존비법인 ‘멀티 브랜드’와 ‘온라인’이 결합된 셈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올리브영 등 H&B스토어가 선보인 매장 직배송, 매장 재고 검색 등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김집사’ 등 O2O 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마케팅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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