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23:44
‘방송통신 2법’ 국회 통과… CP업계, 불만 폭발 ‘왜’
‘방송통신 2법’ 국회 통과… CP업계, 불만 폭발 ‘왜’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0.05.2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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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규제법' 20일 국회 본회의 통과
인터넷 업계 “IT업계 고사시키는 ‘졸속 법안’ 강력 비판”
인터넷 업계의 극심한 반발을 샀던 'n번방 방지법'과 '넷플릭스 규제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IT업계를 고사시키는 ‘졸속 법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졸속 처리 논란을 받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결국 통과했다.

해당 법안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 방지와 최근 n번방 사건과 같은 성 착취 영상물 유통 방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법안이 IT업계를 고사시키는 ‘졸속 법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 망 품질까지 떠안게 된 국내 CP사업자

먼저 인터넷 업계에서 그동안 넷플릭스 법을 반대해온 2가지 이유는 망품질 유지는 통신사 본연 의무라는 것과 해외기업에 대한 규제의도와는 다르게 국내 IT기업들에게 족쇄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제22조의7)에 따르면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역시 이용자수, 트래픽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할 경우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대리할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CP에서는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서비스 품질 저하를 금지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 관리 조치가 의무화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해야한다. 

이 같은 조항들은 통신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넷플릭스 등 해외 CP를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 측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던 해외 사업자들이라도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망 안정성 유지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통신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넷플릭스 등 해외 CP를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 측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던 해외 사업자들이라도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망 안정성 유지 의무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해외 CP사업자들이 사법부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하던 국내 CP에 대한 압박만 거세질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픽사베이

통신업계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해외 CP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망 사용료 협상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현재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지불과 관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국내 CP사업자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 국내 CP사업자들은 통시사들과 계약을 통해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으로 인해 국내 CP사업자들은 망 사용료 지급뿐만 아니라 망 품질 유지까지 책임지게 된 셈이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전 세계 CP시장을 장악한 해외 CP사업자들이 우리나라 법안을 순순히 따를지도 미지수다. 해외 CP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같은 규제를 가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부처의 입장이지만, 해당 회사들이 사법부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김재환 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해외 CP사업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 외에도 전 세계의 콘텐츠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며 “이때 들어가는 비용을 전부 해외 CP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콘텐츠를 국내로 들여오는 비용을 절약한 상태라 이번 법안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라는 조항이 있더라도 해외 CP의 협상력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가 ‘오픈 커넥트’ 방식을 도입할 경우 통신사 측에서도 망 사용료 지불 요청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오픈 커넥트은 국내에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CP사업자가 직접 서버를 설치해 통신사들에게 개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 측은 법안 내용처럼 ‘서비스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어 통신사 측에 망 사용료 지불과 관련에 반박할 근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실효성 의문 제기되는 n번방 방지법… 인기협 “유감스럽다”

인터넷 업계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에 포함된 n번방 방지 조항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 등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등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의무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인터넷 사업자)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조항들을 어길 시, 과징금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쉽게 말해 네이버, 카카오 등 CP사업자들이 자사 정보통신망에 있는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이 올라올 경우 삭제 및 접속 차단을 신속히 이행하는 의무를 지게 된 셈이다. 여기에 기술적 조치 의무로 각 CP사업자들은 ‘필터링 기술’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 등 메신저에 적용된 종단간 암호화 기술 때문에 현재까지 중간 단계에서 메시지나 영상물을 검열할 수 있는 필터링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단간 암호화는 이용자가 메신저에 대화 내용을 입력할 때부터 최종 수신되는 순간까지 암호화되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국내 CP사업자들은 불법 음란물을 필터링 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상물을 직접 확인하며 검열하는 수밖에 없어 ‘사적 검열’을 부추기는 법안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기협 김재환 실장은 “검열 방식은 결국 마지막에 도착한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기관이나 단체가 CP사업자에게 삭제 요청을 하면 어떤 내용인지, 어떤 영상인지도 모르고 법을 준수해야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그냥 삭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n번방 방지법에서 명시한 것 처럼 불법 음란물을 즉시 차단 및 삭제하기 해선 '필터링 기술'이 필요하지만, 현재 해당 기술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n번방 사건이 발생했던 텔레그램은 해외사업자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정작 n번방 사건이 발생했던 텔레그램에 대해선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인터넷 업계의 입장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외 사업자인 텔레그램 측이 해당 법안을 성실히 준수할 것 같지도 않고, 방통위 측에서 요구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할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인기협도 20일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과 함께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많은 단체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n번방 재발방지, 해외CP규제 등의 명분만 앞세워 관련 법안의 통과에만 집중한 점이 유감스럽다”며 “우리나라 현재 입법 관행이 보다 정밀하고 전문적이며 신중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인기협은 개정안들이 국회를 이미 통과한 만큼,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밝힌 내용에 따라 시행령 등이 준비되는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인터넷 산업과 이용자들 모두에게 피해를 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인기협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기협 등 인터넷 사업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법안에 대한 대응을 하던 차라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대한 계획은 제대로 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제부터 어떤 식으로 이용자들과 인터넷 사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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