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혜영(왼쪽부터)·이철희·표창원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왼쪽부터)·이철희·표창원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야의 대격전이 벌어졌던 4‧15 총선이 끝난지 어느덧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오는 30일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낙선하거나 불출마를 선택한 정치인들은 국회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새로운 당선자들은 국회 입성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21대 국회 당선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조용히 ‘다음’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인적쇄신의 불을 당겼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는 책 집필이나 방송 진행 등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행보를 계획하고 있지만 일부 인사는 향후 주요 정국에서 다시 등장해 당정청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원혜영, ‘웰다잉 전도사’로 활동

민선 2·3기 부천시장과 5선 의원을 지낸 원혜영 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오정구)은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 되기 이전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진 용퇴론’을 불러왔다. 

원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혜영이 그린 만화도시 이야기’ 출판기념회에서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소회에 대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떨어지지 않고 그만두는 것도 생활의 지혜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의 도움으로 7선의 선출직 공직자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정계 은퇴 후 ‘웰다잉 전도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원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천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해 나설 계획이다. ‘웰다잉 운동’은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유언장을 작성해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 내용으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높이자는 취지의 사회운동이다. 원 의원은 지난해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한 바 있다.
 
◇ 이철희, 라디오 진행자로 방송 복귀

정치권의 손꼽히는 전략통이자 유명 시사평론가로도 활동했던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지난해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야가 극심한 진영 대결을 펼쳤던 ‘조국 사태’가 정국을 휩쓸고 간 이후 여당 내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었다.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 후 ‘86세대 용퇴론’(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을 제기하며 압박을 가했다.

그는 다음 달 1일부터 평일 오전 9시 5분 SBS러브FM(103.5㎒) ‘SBS정치쇼’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시사 방송 진행자로서 정치권에 냉철한 비판을 가하기 위해 오는 30일께 민주당 당적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한때 차기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일단 방송 복귀를 선택했으나 향후 청와대에 입성한다거나 차기 대선 정국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표창원, ‘강의, 작가’ 등으로 활동

표창원 의원(경기 용인시정)도 지난해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해 ‘인적 쇄신’ 바람을 일으켰다. 표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영입 1호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표 의원은 ‘수사전문가’로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를 키우면서 연구와 강의, 방송, 저술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정치권에서 느낀 점을 담은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고 정치와 관련된 추리 소설 집필도 계획하고 있다.

표 의원은 지난 27일 JTBC에 출연해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이 아니니까 절대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제 마음으로는 이제 정치 현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결심이고 은퇴, 제대, 졸업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추리 소설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추리 소설 형태로 올바른 방향으로의 정치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미 있는 추리 소설인데 정치 내면의 이야기가 엿보일 수 있도록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 임종석, ‘경문협’ 이사장으로 복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돌연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는 정계 은퇴로 해석됐고, ‘86 용퇴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총선 기간 전국을 돌며 민주당 후보들 지원 유세를 펼쳤고, 이 때문에 다시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임 전 실장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이사장으로 복귀한다. 경문협은 2004년 9월 임 전 실장 주도로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다. 민주당 홍익표, 송갑석 의원과 윤영찬 당선인은 경문협에 이사진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임 전 실장의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2일 발행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남북문제에서의 어떤 변화와 함께 정치적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며 “그게 꼭 제도정치여야 한다면 솔직하게 설명을 드리고 그걸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양정철, '킹메이커 역할’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 되기 이전에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결정했다. 그의 불출마는 이번 총선 공천이 ‘친문 일색’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인적 쇄신 작업에 기반을 닦아 주는 효과를 냈다.

그는 이번 총선 전략 수립과 인재 영입 작업 등을 비롯해 총선 전반을 기획했고, 총선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나자 민주연구원장직에서 곧바로 물러났다. 그는 총선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그가 결국 재등판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가 문 대통령 임기 후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 전 원장이 차기 대선 정국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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