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참석 후 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참석 후 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호(號)는 순항할 수 있을까.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통합당 재건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통합당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직후(27일)부터 대대적 쇄신을 예고하면서 당내 영향력 행사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통합당은 당헌을 손보면서까지 김종인 비대위에 약 1년 임기를 보장해 힘을 최대한 실어줬다. 김 위원장은 임기 부담 없이 103석 제1야당에서 ‘위기 해결사’의 면모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내달(6월) 1일부터 당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사부터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대위원 9명 중 5명을 여성과 1980년대생 청년으로 구성하면서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주호영 원내대표·이종배 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3명을 제외한 6명 중 5명이 통합당의 고질적 아킬레스건인 여성·청년층 인사로 꾸려졌다. 나머지 1명은 성일종 의원이다.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여성 위원은 김미애 당선자와 김현아 전 의원, 청년 위원은 김병민 서울 광진갑 위원장(82년생)·김재섭 서울 도봉갑 위원장(87년생)·정원석 전 서울 강남을 위원장(88년생)이 발탁됐다. 이들 5명은 김종인 비대위의 선봉에 서서 청년·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진다.

통합당이 4·15 총선에 대패한 가장 큰 요인이 된 수도권 민심도 김종인 비대위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121석 정원 수도권에서 통합당은 고작 1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무려 103석을 싹쓸이했다.

서울 주요 격전지에서도 통합당은 황교안 전 대표·나경원 전 원내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거물 정치인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통합당이 향후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미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통합당은 지난 2016년 이후 이뤄진 4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를 당해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주축으로 꾸린 청년·여성의 민심을 잡는 동시에 강성 보수진영과의 단절로 수도권 민심을 바탕부터 다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의 생존을 위해 중도로의 외연 확장은 필수다.

김 위원장은 ‘탈(脫)이념’도 강조했다. 그는 27일 당 전국 조직위원장 비공개 특강에서 “보수와 진보 등 이념으로 나누면 안 된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다”며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껏 (통합당이) 말해온 ‘보수’‘자유우파’라는 말을 더는 강조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당의 정강정책부터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사태를 맞은 통합당 재건을 위한 김 위원장 나름대로의 최선책을 제시한 것이다.

당 지도부 회의 방식도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통합당은 내달부터 이뤄질 당 지도부 공식 회의에서 공개 발언 자격을 가급적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로 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들이 각자 소신에 맞는 발언을 통해 자칫 당론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을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읽힌다.

통합당 내 분위기는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분분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세련된 정치적 감각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당이 비상시국인 만큼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나 보수이념 자체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급진성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 임기 1년 동안 당이 보수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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