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강제추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부산지법 영장담당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2일 사안은 중하지만 구속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범행 장소,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며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연령 등을 볼 때 도망의 염려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올해 4월 초 부하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떤 성추행을 저질렀는지 등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 중이던 오 전 시장은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곧바로 귀가했다. 취재진들은 이날 저녁 경찰서를 빠져나가는 오 전 시장에게 ‘혐의를 인정했나’ ‘부산시민들께 할 말은 없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부산경찰청은 영장 기각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구속영장이 기각 됨에 따라 자체 회의를 통해 향후 수사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오 전 시장을 상대로 강제추행 혐의 외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여성·시민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주축으로 한 전국 200여개 여성·시민 단체 연합체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에게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비록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며 “중대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불구속 재판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가해자가 사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가 미친 사회적 파장은 너무나도 크다”며 “고위공직자일수록 더욱 엄중하게 죄를 다스려 공권력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법원은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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