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네오플로부터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대여하며 현금을 차곡차곡 쌓았던 넥슨이 투자처 모색에 나섰다.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시스
지난 4월 네오플로부터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대여하며 현금을 차곡차곡 쌓았던 넥슨이 투자처 모색에 나섰다.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넥슨이 네오플로부터 대여받은 자금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비게임산업이지만 게임과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분야인 만큼 양사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투자에 1조 규모 현금 실탄 장착

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은 공시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상장기업에 15억 달러(한화 약1조,84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은 3월 기준 총 5,176억엔(한화 약 5조7,934억원)이다. 지난 4월 8일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네오플로부터 3,820억원을 대여했고 같은달 27일 같은 목적으로 네오플로부터 1조1,140억원을 빌렸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방향에서 양방향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오랜 기간 다양한 유형의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만들고 유지해온 넥슨의 비전을 공유하는 회사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투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수의 투자자가 되고자 한다”며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 훌륭한 IP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을 입증한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하지만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 개념이기 때문에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처는 한 곳에 국한하지 않고 서구권, 아시아권 등 폭넓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이 지난 4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차입할 당시 업계의 관심은 사용처로 집중됐다.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형 매물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넥슨의 단순히 게임을 출시하고 서비스하는 것만으로는 큰 실적을 올리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콘텐츠 사업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넥슨이 갑작스럽게 콘텐츠 사업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도 기존의 IP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대형 IP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해 미국의 소니 픽쳐스와 함께 영화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지난 2007년에 출시된 PC온라인 1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80개국에 서비스 중이다.

또한 중국 메이저 제작사인 유허그 및 텐센트 비디오는 크로스파이어 IP를 기반으로 하는 e스포츠 웹드라마를 제작해 올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수천개의 짝퉁 게임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위메이드는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미르의전설 IP를 활용해 유명 무협지 작가 좌백과 진산이 집필한 웹소설이 완성됐고 카카오페이지와 협업해 웹소설, 웹툰 등의 연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는 미르의전설 연대기를 만들어 구체적인 세계관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웹젠은 ‘뮤’ IP를 활용한 웹툰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임인스 작가와 뮤 IP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카카오페이지에서 ‘슬레이브B’를 연재하고 있다. 해당 웹툰은 중국의 웹툰 플랫폼 ‘텐센트동만’에서 중국어로 번역돼 연재 중이다.

또한 한류 영향으로 국내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도 강화되는 만큼 게임 IP를 활용한 콘텐츠의 흥행도 높게 점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산업의 수출액 규모는 64억1,149만 달러(한화 약 7조8,027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부터 연평균 21.2% 증가했다. 매출액 규모는 출판산업이 20조9,538억원으로 가장 컸고 방송이 19조7,622억원, 광고가 17조2,119억원, 지식정보가 16조2,910억원, 게임이 14조2,90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IP 게임들의 부진 이후 기존의 IP를 활용해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훌륭한 IP’를 언급하고 나선 만큼 게임과 연계해 콘텐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찾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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