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팎 “당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저렇게 망해가는 것” 비판 제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을 통해 177석을 거머쥔 거대 여당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이 일각의 우려대로 오만과 독선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이다. 당내 다른 목소리를 허락하지 않고 자신들만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에 휩싸여 비민주적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더욱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조심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지 두 달이 돼가고 있는 지금 민주당은 기존의 다짐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이후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된 ‘윤미향 사태’와 ‘금태섭 징계’ 문제에서 보여준 행태는 민심 이반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서 ‘조국 수호대’ 역할을 자처하며 민심 이반을 초래했던 민주당은 ‘윤미향 사태’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당 내에서 ‘윤미향 사퇴론’이 제기되자 “일희일비하듯 하나하나 사건이 나올 때마다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며 함구령을 내렸다. 또 이 대표는 윤미향 의원에 대한 합리적 의혹 제기도 ‘신상털기’나 ‘사사로운 일을 과장한 것’으로 치부하며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의원의 해명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일차적으로 소명할 것은 어느 정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의원이 안성 쉼터 고가 매입, 개인 계좌를 통한 후원금 모금, 기부금 착복 문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전혀 내놓지 않고 부인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윤미향 사수대’를 자처하며 ‘윤미향 사태’를 촉발시킨 이용수 할머니의 뜻을 왜곡하고 폄하했다. 우상호 의원은 윤 의원이 8년 전인 2012년 제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용수 할머니를 강하게 만류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할머니의 분노는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를 막아선 윤 의원이 정작 본인이 국회에 진출해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우원식, 정청래, 이수진 의원 등은 윤 의원이 억울한 핍박을 받고 있는 ‘민주 투사’인냥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해 위로하고 격려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일 윤 의원을 만난 후 기자들을 만나 “얼마나 힘들겠냐. 힘내시라고 위로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당원은 올해 초 금 전 의원이 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한 것은 해당 행위라며 징계 요구서를 당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경고 처분을 결정했으며 28일 금 전 의원에게 이를 통보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언행 불일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진 금 전 의원에게 사실상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이다.

금 전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며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해찬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제 당론을 지키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의미가 없지 않나”라며 “윤리심판원의 경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며 징계가 정당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가 공개로 전환되기 전에는 “금 전 의원 징계는 논란으로 확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윤미향 사태’에 이어 또다시 ‘함구령’을 내린 것이다.

◇ 총선 압승이 오히려 독?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압승과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 다수가 윤미향 의원 사퇴를 주장할 정도로 분노하고 있음에도 윤 의원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두둔하고 있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내 다른 목소리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는 어떻게 해나가고, 국가를 민주적으로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행태를 계속할 경우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나온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전 최고위원은 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에 대해 “내부적인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런 모습이 노출되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저 정도도 포용 못 하면 어떻게 야당과 협치를 하겠냐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 징계하고 이용수 할머니 모독하는 막가파 민주당”이라며 “이용수 할머니 모독하고 금태섭 징계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점점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게 민주당과 지지자들 수준”이라며 “자유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 정당에 가깝다. 저렇게 망해가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단과 결정을 하더라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윤미향 의원을 지키는 것은 집권 여당다운 모습이 결코 아니고 금태섭 전 의원 징계는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내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정당이 어떻게 한 나라를 민주국가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해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에 대해 “당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초선 의원들은 지금 뇌리 속에 이 문제가 바글바글 끓고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의총에서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계 논란’ 당사자인 금태섭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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