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4일 국세청 조회결과에 따르면 싸이월드가 최종 폐업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1세대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4일 국세청 조회결과에 따르면 싸이월드가 최종 폐업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에게 수많은 추억을 남긴 1세대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4일 국세청 홈택스에서 싸이월드의 사업자등록번호(105-87-96554)를 조회한 결과 지난달 26일자로 사업자 등록상태가 ‘폐업자’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싸이월드의 홈페이지는 접속은 가능하지만 로그인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설령 로그인이 된다하더라도 사진, 동영상 등 미니홈피 게시물들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한때 3,200만명에 달했던 이용자들의 추억들을 백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미니홈피’로 1세대 토종 SNS의 절대강자 군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에 익숙한 요즘 10대~20대 초반 세대들에겐 생소하겠지만,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었다.

1999년 몇몇 카이스트 학생들의 벤처 창업의 형태로 시작된 싸이월드는 개발 초창기에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당시 혁신적이였던 ‘커뮤니티’ 기능을 필두로 가입자 1,000만명을 보유했던 포털사이트 ‘프리챌’에게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2년 하반기,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자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무료’로 운영되는 싸이월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싸이월드는 국내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일반적인 포털사이트와 비교해 ‘인맥 구축’과 소통면에서 특화됐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지금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국내 SNS 소통 문화의 시발점이 됐다. 

고질적 문제로 제기됐던 서버 불안정 문제는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인수하면서 해결됐다. 여기에 네이트온(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서비스하는 메신저 프로그램)과의 연동 성공과 디지털 카메라·휴대폰 카메라의 대대적인 보급으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게시물을 올리는 이용자가 급증했다. 

이후 대부분의 일반인을 포함한 연예인, 정치인 등 공인들까지 싸이월드를 이용하면서 무려 3,2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게 됐다. 이 같은 인기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도토리’ ‘일촌’ ‘싸이질’ 등 수많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국민SNS’로 자리 잡게된 셈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후 국내 SNS시장 왕좌에 군림하기 시작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반 자사의 사이버머니인 ‘도토리’ 수익이 하루 평균 3억원, 연 매출 기준은 1,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대한생명, LG카드 등 수많은 기업들이 SK커뮤니케이션즈와 파트너십을 맺고 도토리로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싸이월드의 사업자등록번호(105-87-96554)를 조회해본 결과 지난달 26일자로 사업자 등록상태가 ‘폐업자’로 변경된 상태다./ 국세청 홈텍스 캡처
국세청 홈택스에서 싸이월드의 사업자등록번호(105-87-96554)를 조회해본 결과 지난달 26일자로 사업자 등록상태가 ‘폐업자’로 변경된 상태다./ 국세청 홈텍스 캡처

◇ 뒤처진 혁신과 실책이 부른 몰락

하지만 꽃도 피면 지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싸이월드의 왕국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싸이월드는 2005년에서 불과 2년이 지난 2007년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 SNS의 경우 한번 선점될 경우 쉽게 무너지기 힘들다는 것이 IT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용자들이 다시 관계망을 형성하기도 어렵고, 수많은 연락처를 일일이 재저장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몰락 원인 이유로는 ‘급격한 성공으로 인한 현실 안주’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던 2002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싸이월드는 ‘PC(컴퓨터)’ 중심의 SNS였다. 그런데 SNS를 이용하는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청난 성공을 거뒀던 싸이월드는 스마트폰의 위력을 간과했다. 

2007년부터 스마트폰의 상용화는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갔으나 여전히 싸이월드는 PC플랫폼을 고집했다. 점차 사람들은 접근성면에서 PC보다 훨씬 편리한 SNS플랫폼인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대표적인 예다. 

시대에 뒤떨어진 크고 작은 운영 실책도 치명적인 ‘스노우볼’ 효과를 가져왔다. 별다른 혁신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구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싸이월드는 오히려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음악, 아바타 등 콘텐츠의 유료화만 거듭했다.

점점 콘텐츠 가격이 고가로 바뀌면서 이용자들의 반감도 심해졌다. 실제로 2006년 약 1,000억원에 육박했던 싸이월드 콘텐츠 연 매출은 유료화를 거듭하면서 2012년 기준 700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싸이월드는 성공에 안주한 안일한 태도, 뒤처진 혁신, 운영 실책 등으로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당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된 블로그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미니홈피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 각 포털의 블로그는 고화질 사진 게시, 편리한 음악서비스 등으로 무장해 구식 인터페이스를 장착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대조를 이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싸이월드 측은 ‘홈2’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2007년 론칭했으나, 홍보부족과 관심부족으로 인해 큰 실패를 거두고 말았다. 심지어 홈2라는 서비스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이용자들이 태반일 정도였다. 싸이월드는 ‘싸이월드 블로그’로 이름을 바꾼 뒤 서비스를 지속했으나 결국 2015년 10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0년 7월에는 ‘불량 이용자 제재’를 목적으로 컴퓨터의 MAC주소와 컴퓨터 이름을 추가로 수집하며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불응할 시 강재 탈퇴를 요청한다는 공지까지 내걸었다. 이용자들은 이에 크게 반발했고, 집단 탈퇴 운동까지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싸이월드측은 해당 방침을 철회했으나 이용자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말았다.

기술적 혁신 부족도 발목을 잡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한 이후 창업자 이동형 대표를 포함한 대다수의 ‘원년 멤버’들이 2008년에 모두 떠나면서 시작됐다. 해당 서비스를 처음 개발한 기술자들도 함께 빠져나가면서 싸이월드 미니홈피 오류 등의 문제 관리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1년 네이트 및 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대다수의 이용자들도 싸이월드를 떠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측은 4일 싸이월드 측의 폐업에 대한 별도 신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과기정통부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을 종료할 시 제재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시사위크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측은 4일 싸이월드 측의 폐업에 대한 별도 신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과기정통부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을 종료할 시 제재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시사위크DB

◇ 마지막까지 힘든 싸이월드… 과기정통부 “폐업 의사 듣지 못해”

싸이월드는 결국 2013년 11월 결국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분사가 결정됐다. 2014년 SK커뮤니케이션즈와 사원주주벤처로 분리된 싸이월드는 2016년 한때 자신이 꺾었던 경쟁 상대 ‘프리챌’의 창업자 전제완 대표가 경영권을 가져가게 됐다. 

전제완 대표는 2017년 삼성그룹 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법인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고 뉴스큐레이션 서비스 ‘큐’와 암호화폐 ‘클링’을 발행하는 등 싸이월드의 마지막 불씨를 지피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모두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적자에 허덕이며 임금체불 문제까지 불거진 싸이월드는 결국 올해 5월 폐업하고 말았다. 파란만장했던 1세대 국산 SNS 싸이월드는 20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마지막 폐업하는 순간까지 평탄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측에서 싸이월드 측의 폐업신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싸이월드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폐업 전 이용자와 과기정통부에 이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폐업 신고를 진행해야 한다. 국세청 사업자 등록증 말소와는 별개 문제인 셈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싸이월드 폐업에 관한 의사를 듣지 못했다”며 “과기정통부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을 종료할 시 제재 대상으로 검토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싸이월드가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폐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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