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장제원(가운데) 의원 등 3선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장제원(가운데) 의원 등 3선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하며 탈(脫)보수 행보를 본격화하자 보수 정체성을 중시하는 당내 인사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들끓는 모양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5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을 만들 모양”이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은)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줄 구세주라도 되는 듯 보수정당에 들어와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고, 심지어 노골적으로 ‘보수가 싫다’는 말을 계속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전국조직위원장회의 비공개 특강에서 “‘보수’ ‘자유우파’를 더는 강조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보수정당에서 보수 색채를 희석하려는 이같은 움직임에 장 의원은 ‘호부호형’하지 못했던 홍길동을 예로 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4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통합당 초선의원 대상 강연에서 ‘배고플 때 빵 사먹을 자유’를 거론하며 기본소득 의제를 화두로 던지기도 했다.

장 의원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를 조목조목 짚으면서 “과연 이런 행보가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것이라고 넘길 수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다녀간 한 공부모임이 보수가 들어간 이름까지 바꾸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진보정당, 중도정당이 사라지는가”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끊임없이 과거와 전쟁을 벌이고 역사를 권력으로 다시 쓰려는, 철저하게 이념으로 무장된 이념과잉 정당들과 싸우는 우리”라며 “김 위원장 주장 또한 대부분이 지극히 이념적 가치관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실용이라는 말로 좌파이념을 숨겨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장 의원의 ‘김종인 저격’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1일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을 향해 그는 “1인 지배체제 강화가 우려된다”고 했고, 2일에는 “보수의 소중한 가치를 부정하며 ‘보수’라는 단어에 화풀이 하지 말라”고 했다.

3일에는 “전제군주식 리더십으로는 민주정당을 운영할 수 없고 끝없는 갈등만 양산할 뿐”이라며 “상대에 대한 존중을 권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2일 의총에서 “불만스러운 일이 있어도 시비를 걸지 말아 달라”고 말한 데 대한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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