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혼다코리아 역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혼다코리아 홈페이지
한국닛산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혼다코리아 역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혼다코리아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일본차 브랜드 한국닛산이 한국시장에서의 어려움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철수를 발표한 가운데, 마찬가지로 심각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혼다코리아 역시 우려의 시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는 등 한국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한국닛산과는 다른 뚜렷한 차이점도 포착되지만, 실적 회복이 지지부진할 경우 한국닛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국닛산의 철수 이유… 본사 위기 & 실적 부진

앞서 수차례 철수설이 제기됐던 한국닛산이 공식적으로 한국시장 사업 종료를 밝힌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한국닛산은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닛산의 철수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일본 본사 차원의 심각한 경영위기다. 닛산은 코로나19 사태 등의 악재 속에 최근 중대한 경영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2019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7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미국·영국·스페인 공장에서 2만여 명의 인력을 일시해고 했다. 한국시장 정리 역시 위기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한국시장에서 거듭된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한때 연간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 한국닛산의 판매실적은 줄곧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로써 한국닛산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던 일본차 브랜드에 악재가 드리운 이후 처음으로 철수하는 브랜드가 됐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일본차 브랜드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한국닛산 못지않게 실적 부진으로 신음 중인 혼다코리아는 자칫 제2의 한국닛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혼다코리아가 한국닛산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때 20여 곳의 전시장을 운영했던 한국닛산은 지난해에만 6곳의 문을 닫은데 이어 올해도 주요 지역 전시장을 없앴다. 서울·경기 지역의 전시장이 단 2곳에 그치는 등 판매망이 급속히 위축된 상태였다.

반면, 혼다코리아는 서울에만 3곳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고, 전국적으로도 여전히 10곳의 판매거점을 두고 있다. 자동차 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사업까지 영위하며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닛산과 다른 큰 차이다.

논란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결이 다른 지점이 포착된다. 한국닛산은 뜨거운 일본 불매운동 열기 속에 ‘전범기업’ 논란에 휩싸였지만, 줄곧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 혼다코리아는 전범기업 및 다케시마 후원기업이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해오고 있다.

◇ 뚝 떨어진 판매실적… 요원한 신차 투입

한국닛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혼다코리아 측 입장은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각이 말끔히 씻기지 않는 이유는 가장 먼저 저조한 판매실적을 꼽을 수 있다.

2004년 한국시장에 발을 내딛은 혼다코리아는 2007년 7,000대가 넘는 판매실적으로 수입차업계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떨쳤다. 이듬해인 2008년엔 1만2,00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수입차업계 최초로 연간판매 1만대를 돌파한 주인공이 혼다코리아다. 혼다코리아는 2017년 모처럼 연간 판매실적 1만대 고지를 재탈환했고, 2018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7,956대, 8,760대의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등 최근 분위기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에 불이 붙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침이 뚜렷해졌고, 올 상반기 들어선 판매부진이 더욱 심각해졌다. 5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이상 급감한 1,323대에 그치고 있다. 5월 판매실적은 아예 169대까지 떨어져 철수를 결정한 한국닛산(228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판매모델들의 경쟁력 하락 및 정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혼다코리아는 여전히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판매실적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출시를 계획 중인 신차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같은 외부 악재도 문제지만, 판매모델의 경쟁력 하락과 정체 역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문제”라며 “앞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경쟁력 있는 신차 투입으로 실적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닛산과 마찬가지로 일본 본사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 또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닛산만큼은 아니지만, 혼다 역시 현재 여러모로 어려움이 크다. 지난해 회계연도 실적은 뚜렷한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특히 저조한 영업이익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고, 오는 2021년 영국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기 대응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고 신차 출시 계획은 없으나, 활발한 마케팅과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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