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스팀에 “등급분류 심사 받아라”… 이용자들 “제재 말라”
업계선 “터질 게 터졌다… 지금이라도 법망에서 서비스해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세계 최대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게임물등급분류와 관련한 이슈들이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스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세계 최대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게임물등급분류와 관련한 이슈들이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스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밸브의 ‘스팀’에 등급분류 신청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물등급분류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만큼 개정 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주 세계 최대 온라인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PC게임 30여종에 대해 등급분류를 받도록 요구했고 불이행시 ‘불법 게임물’이 된다고 알렸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32조에 따르면 등급 분류를 받지 않거나 등급 취소 및 거부한 게임물을 유통 및 제공하는 경우에는 불법 게임물로 지정하고 있다. 스팀이 지난 수년간 국내에 게임을 유통하며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스팀 게임을 플레이하던 이용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자칫하다 기존에 하던 게임들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했다. 급기야 한 이용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게임위의 과도한 게임 규제와 게임 탄압을 멈춰달라”고 게시했다.

제재 논란으로 일이 커지자 게임위가 수습에 나섰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물의 지역제한 및 차단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사항이 없다”며 “국내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게임물에 대해 해당 사업자에게 제도를 안내하도록 밸브와 협의했고 관련 안내를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밸브 측과 등급분류와 관련한 지속적인 논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해외 게임사업자가 직접 게임위에 등급분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고 국내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게임물에 대해 사업자에게 이 제도를 안내하도록 밸브와 협의해왔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이용등급 및 내용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한 게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방점을 뒀다는 것이 게임위의 설명이다. 이재홍 게임위원장은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등급 미필 게임물에 대한 규제 강화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위는 국회의 요구에 따라 밸브 측과의 협의와 관련한 내용을 이른 시일 내 보고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방치해온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게임위에 심사를 받는 절차는 까다롭고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고 있는 스팀의 경우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던 게임사들에게 역차별도 존재해왔던 셈이다.

게임위에 게임물등급분류를 신청할 때는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해외 게임사들이 등급분류를 신청하려고 해도 한국어로만 돼 있는 법령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팀을 통해 서비스하던 일부 인디게임사들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힌 바 있다. 최대 수백만원을 투자할 경제력도 없을뿐더러 관련 법령을 번역하는데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큰 이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스팀이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지 않아 국내법을 역외사업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정부와 관계부처들이 방치하면서 일부 해외 게임들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스팀을 통해 서비스했고 이는 국내 게임사들의 역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국내 게임사,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해외 게임사의 경우 게임을 출시하기 전 게임위의 심의를 매번 거쳤다.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게임들은 현행법에 따라 모두 불법 게임물로 분류됐다.

그러면서 고질적인 문제였던 게임물등급분류와 관련한 개정 움직임이 종합계획 발표 이후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업계선 나온다.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고 수년간 불거졌던 문제임에도 게임위를 비롯한 관계 부처들이 사실상 불법 서비스를 손놓고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정안이 나오기 전이라도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게임들을 법의 테두리에서 서비스하도록 하고 단순히 게임물등급분류와 관련한 내용뿐만 아니라 예산 지원,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정착 등으로 게임산업 진흥 계획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게임물등급분류는 그동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현장을 비롯한 게임사에서 줄곧 제기했던 문제”라며 “그동안 별 문제없이 이용했던 이용자들과 게임사 모두에게 더 큰 혼란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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