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50대는 177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뉴시스
지난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50대는 177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 전후 정치권에서 세대교체론과 ‘신(新) 40대 기수론’ 바람이 부는 듯 했으나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4‧15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용퇴론’이 표출되면서 세대교체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0대 기수론’을 띄우며 주목을 받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21대 국회 구성을 보면 40대 정치인들이 정치판을 주도하기는 힘든 구조다. 21대 국회는 ‘평균 나이 54.9세 남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대는 2명(0.7%), 30대는 11명(3.7%), 40대는 38명(12.7%)에 불과하다. 반면 50대는 177명(59%)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60대는 69명(23%), 70대는 3명(1%)이다.

40대 정치인은 수적으로도 열세일 뿐만 아니라 정치 리더로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70년대생 40대 경제전문가가 나타났으면 하는 것은 희망사항이지 현실적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여든 야든 그런 사람은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40대를 주축으로 ‘청년 정치’가 정치판을 주도할 때도 있었다.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960년대 정치를 주도했을 때 나이는 40대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69년 11월 8일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신민당 후보 지명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정권교체를 위해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40대 기수론’을 내세웠다. 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도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 대회에 출마하면서 ‘40대 기수론’은 더욱 바람을 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에 386운동권으로 당시 30대였던 우상호·이인영·임종석 등을 영입했다. 17대 국회에서도 30대 후반 전후의 초선 의원이 대거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우던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당시 38세(2003년 기준)였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은 50대 이상이 완벽하게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고 20~30대는 물론이고 ‘40대 정치 리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시사위크> 인터뷰에서 “지역 사회 주류가 기득권을 가진 분들, 5060 이상 세대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지역 사회 뿐만 아니라 정당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현재 정치 구조가 수십 년째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는 산업화‧민주화 세대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그 그늘에 가려져 있는 40대는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9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 사회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는 86세대 이하가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40대가 정치 주류로 부각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국회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일하는 국회, 정책 경쟁의 장이 돼야 젊은 정치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40대 정치 리더’ 부재는 기득권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천 시스템 문제와 장유유서 문화,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40대 정치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는 공천 제도를 개혁하고 정치 진입을 촉진시키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한국 정치는 정당의 공천 시스템에 의해 정치인이 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하지 않고 기득권을 갖고 있는 중진 의원들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또 장유유서 정치 문화와 젊은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 교수는 “40대 정치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천 제도를 바꿔야 한다. 30% 전략공천 등 젊은 정치인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서구 선진국들은 10대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서 정치 수업을 하도록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중고등학생 때부터 정당에서 활동하게 하고 정당에서 그 사람들을 양성시켜 30대 중반에는 국회의원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40대 정치 리더 부재는 40대가 진영간의 대결에 동원되고 당론 중심의 당 운영이 당내 활발한 토론을 차단하면서 인재 육성까지 막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0대는 진영간의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50~60대 정치 중진들에 의해 대부분 동원되고 있다”며 “또 당이 당론 중심으로 운영되고 풍부한 토론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40대가 국민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내 민주화가 필요하다”며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토론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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