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된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박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된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박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제21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11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통합당은 상임위 배분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상임위원 명단을 낼 수 없다며 결사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원 구성 협상은 오늘도 조금의 진전이 없었다”며 “민주당은 절대 법사위를 양보할 수 없다, 국가에 긴급한 사정이 많다며 내일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뽑겠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해 원 구성 관련 협상을 진행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 양당 모두 법제사법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17대 국회부터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배분했던 관례를 민주당이 지키지 않을 경우 국회 파행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내일 이후 국회가 파행에 이를 확률이 대단히 높다”며 “급하게 먹는 음식은 체하기 마련이다. 힘으로 밀어붙이고 일방적으로 간다고 해서 빨리 되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 민주당, 통합당의 시간 끌기 비판

반면 민주당은 통합당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시간 끌기이자 고집을 피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어제(10일) 상임위원 정수 조정에 합의했음에도 내일 본회의 전까지 (통합당이) 명단을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시간을 끌어 협상 결과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며 “결과가 예측됨에도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변되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사위 등을 확보해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버티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통합당의 시간 끌기는 민생 발목잡기이고 식물국회 만들기”라며 “국회에 국민의 절박함보다 우선되는 건 없다. 정략적 흥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통합당과의 협상이 계속해 지지부진할 경우 단독 개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전날(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법정시한(8일)을 넘겨 법률을 위반한 국회가 더 이상 아무런 결정 없이 지연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통합당이) 자꾸 관행을 이야기하는데 관행에 따랐던 전 국회가 얻은 오명이 ‘식물·동물국회'”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합법적이고 새로운 관행을 통해 책임 있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갈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했다.

◇ 민주당, 법적으로 전 상임위 독식 가능

통합당이 인정할 수 없다고 해도 국회법상 의원 과반 참석 및 재적 과반 찬성의 조건이 만족되면 상임위원장 선출이 가능하다. 총 300석 중 과반을 훌쩍 상회하는 176석의 민주당이 통합당에 으름장을 놓을 수 있는 이유다.

민주당은 통합당(103석)이 내일 본회의에 전원 불참해도 단독으로 원 구성을 완료할 수 있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상임위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라 선임하되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는 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 통합당이 내일 상임위원 명단을 미제출해도 의장 직권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꼭 합의에 이를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면서도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일 본회의는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날 또는 내일 본회의 전까지 양당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통합당이 배제된 채 민주당 주도로 원 구성이 마무리된다면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혼란 상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국회법상 하자가 없다고 해도 18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전부 가져갈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견된다.

따라서 민주당이 통합당 의사와 관계 없이 법사위·예결위 등 알짜 상임위를 선(先)확보하고, 남은 상임위를 대상으로 후(後)협상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의석 비율로 상임위를 나누면 민주당은 11자리, 통합당은 7자리를 몫으로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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