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아온 사실혼 관계의 A씨(43·여)가 10일 오후 기소 의견으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아온 사실혼 관계의 A씨(43·여)가 10일 오후 기소 의견으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대책 마련에 한 목소리를 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이 ‘아동학대’ 대책 마련에 한목소리를 냈다. 원 구성 협상 등을 두고 이견을 달리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한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가둬 숨지게 한 것에 이어 경남 창녕에서도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 정치권, 국회 대책 촉구

김미애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도 못 돌보면서 저출산 대책을 논하는 것이 가슴 아프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지난 5년간 132명의 어린아이가 아동학대에 꿈도 펴지 못한 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의 고통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때”라며 “철저한 실태 파악과 신속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와 관련된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이날 국회에서 ‘아동학대 문제 진단을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앞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속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원가정 보호주의’ 일률적 적용 폐지를 주장했다. 원가정 보호주의는 아동이 원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이렇다 보니 학대 아동의 경우도 관계부처의 역할 이후 재차 원래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부모의 선의’를 믿고 이러한 원가정 보호주의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학대 가정은 이미 사랑과 보호와 회복이라는 가정 본연의 기능이 망가진 곳”이라며 “그런 학대 가정에까지 원가정 보호주의를 대원칙으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안 대표는 “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부모와 아동을 분리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당사자인 부모와 아동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해야 한다”라며 “21대 국회의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삼을 것을 여야 정당들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이와 관련된 법안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아동학대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아동학대치사에 대해 무기 또는 15년 이상 징역을, 아동학대중상해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모의 자녀 체벌 근거가 돼 온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아동학대를 부모의 ‘체벌’로 합리화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 문제 진단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 문제 진단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대책 마련 분주한 정치권

이번 아동학대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슈가 떠오를 때만 분주한 ‘이슈 몰이식’ 행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폭염 차량에 어린이가 갇혀 숨지는 사고 이후 이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연이어 6건 발의됐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의 첫 발의 이후 김현아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의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 여야 관계없이 법안 발의에 뛰어들었다.

앞서 ‘n번방 방지법’도 비슷한 경우다. 국회 국민청원 1호 법안으로 등장한 ‘n번방 방지법’은 당초 ‘텔레그램을 이용한 디지털성폭력 방지’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통합시켰다. 이 과정에서 청원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제외됐다.

하지만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용의자가 검거되면서 이에 대한 여론이 뜨거워지자 정치권에서는 부랴부랴 ‘n번방 방지법’을 다시 마련하고 나섰다. 이슈에 연연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이슈를 쫓는 법안은 근시안적 사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어떤 계기가 생겨 법이 생기는 것도 진일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여성폭력‧노인학대 등 모든 가정폭력 문제를 공통지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슈가 된다고 해서 이 법안만 떼어 입법을 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기에 조금 더 폭을 확대해서 사고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