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군사 행동을 시사하면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하루 사이에 세 번의 성명을 발표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담화는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권정근 외무상 미국담당 국장, 김여정 제1부부장 순으로 이어졌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12일 자정쯤 담화를 내고 청와대의 대북 전단과 관련 엄정 대응 방침에 대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속담이 그른데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조선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금철이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개인 명의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권정근 미국담당부장은 오후에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담화를 발표하며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적 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머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군사 행동을 시사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이 비난 담화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대신 무력 행동으로 전환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둬, 남북 관계의 파국이 우려되고 있다. 북한이 대남 관계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고, 군부를 통해 대남 무력 도발을 이어간다면 그동안의 남북 관계 성과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새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현 한반도 상황 점검 및 대책을 논의했다. 통일부도 오전에 입장을 내고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남과 북은 남북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무력 도발 우려에 따른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며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섰다. 국방부는 같은 날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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