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구기동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2G서비스가 다음달 6일부터 서비스 종료된다. 이에 대해 01X번호 이용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2G서비스가 상용화 25년 만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신청한 2G서비스 종료 신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12일 받아들인 것이다. 

2세대 이동통신 2G는 지난 1996년 SK텔레콤의 시초인 한국이동통신이 ‘디지털 011’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가 시작됐다. 이후 1997년 디지털011에서 ‘스피드011’로 이름이 바뀐 SK텔레콤의 2G서비스는 ‘국민번호’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지금 국내 이동통신사 가입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SK텔레콤의 초석을 2G가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종료 승인에 따라 SK텔레콤은 내달 6일부터 2G서비스를 순차 종료할 예정이다. 2G이용자들은 이 기간 내에 3G 이상의 통신서비스로 전환해야 SK텔레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G통신에 이용되던 번호인 01X번호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2G 종료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이용자들이 남아있다. ‘011’ ‘017’ 등 ‘01X’ 번호 이용자들이다. 

◇ 2G 이용자들 ‘발끈’… “01X 번호만이라도 쓰게 해 달라”

01X 번호를 사용해온 40~60대 이상 중장년층들에게는 단순한 휴대폰 번호를 넘어 추억이 포함된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거래처와의 연락 등 생계활동까지 엮여있어 쉽게 바꾸기 어렵다고 2G 이용자들은 말한다. 때문에 2G번호인 01X번호에 애착을 갖는 사람이 아직 많은 상황이다.

01X 번호 이용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모인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서도 이번 2G서비스 종료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SK텔레콤의 2G종료는 단순한 서비스 종료가 아니다”라며 “이용자들이 오래도록 사용한 식별번호를 강제로 회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을 통해서 제시된 보상과 요금할인, 01X 번호 1년간 유지는 이미 이용자들로 외면받는 제시조건이었다”며 “이러한 정책보다 현재 사용 중인 번호의 지속 유지가 이용자들의 요구조건인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운동본부 측은 단순히 2G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4G, 5G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01X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010통합’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 01X 번호 이용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구식인 2G서비스에 매달리는 ‘떼쟁이’나 보상을 노리는 ‘알박기’라고 오해하고 있다”며 “또한 2021년까지 01X 번호를 3G, LTE, 5G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 측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01X 번호 유지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신청한 2G서비스 종료 신청을 최종승인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SKT 2G 서비스 폐지 승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 뉴시스

◇ 정부·통신사, 기술 및 법적 근거 부족… “통신자원 확보 불가피”

다만 운동본부 측 주장처럼 5G, LTE에서 01X번호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는 것이 정부와 통신사 측 입장이다. 통신자원 확보, 법적 이유, 시설 노후화 등이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자원 자원 확보를 위해선 010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올해 SK텔레콤의 2G가입자 수는 6월 1일 기준 약 38만4,000여명이다. 이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의 1.21% 수준에 불과하다. 이때 약 38만명의 01X 번호를 010으로 통합할 시 4억개에 이르는 통신번호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유한한 자원인 통신번호가 통신서비스 이용자 증가에 따라 소진돼 가고 있다”며 “향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통신서비스까지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에 통신자원 확보를 위한 010통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01X, 010 등 모든 통신번호는 국가의 자원으로, 개인이 국가에서 임대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국가는 강제로 번호를 회수하거나 법적 임의 변경이 가능하다. 따라서 과기정통부 측에서 010 번호 통합을 진행할 시 01X 이용자들이 이를 막을 방법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운동본부는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SK텔레콤을 상대로 ‘이동전화 번호이동’ 소송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당시 “01X 번호 그대로 3G, LTE, 5G 서비스로의 번호이동을 허용해달라는 주장은 이동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자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법적 이유 때문에 01X 이용자들의 주장처럼 01X 번호를 유지하기 위해선 SK텔레콤이 2G서비스를 지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측이 그동안 2G서비스 종료를 과기정통부에 신청한 주요 이유는 ‘시설 노후화로 인한 망 불안정’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2G망은 최근 3년간 교환기 고장은 132%, 기지국 및 중계기 고장은 139% 증가했다.

과기정통부도 SK텔레콤의 2G망을 점검한 결과 25년이나 지속된 서비스로 인한 고장 급증, 비부품 부족으로 수리 불가능 품목 존재,  장비별 이중화 저조 등에 따라 2G망의 지속적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기술적 한계도 뚜렷해 2G이용자들의 주장처럼 01X 번호의 지속적 이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운동본부 측은 현재 진행 중인 01X번호의 지속적 사용에 대한 민사소송 및 추가적인 헌법소원을 계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01X 이용자가 진행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이행할 것“이라며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반영이나 검토하지 않은 이번 결정사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태희 네트워크정책실장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 요구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은 2G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01X 식별번호 이용자들에 대한 선심성 1년 유지 정책 및 강제회수 따위의 공산주의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이용자와 대화를 통한 합리적 정책 수립과 이행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SK텔레콤의 2G서비스 종료로 인해 이제 국내에서 2G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LG유플러스뿐이다. KT의 경우 지난 2012년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다. LG유플러스측은 아직 2G서비스 종료에 대한 계획은 없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6월쯤 LG유플러스도 2G서비스 종료 절차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