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에서 불거진 ‘황제병사’ 파문의 주인공이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군에서 불거진 ‘황제병사’ 파문의 주인공이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군에서 불거진 ‘황제병사’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로 알려진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은 물론 나이스그룹 역시 불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빨래는 비서가, 배달은 부사관이… 군대 맞나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세간을 발칵 뒤집어 놨다. 자신을 20년 정도 공군에서 복무 중인 부사관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방조해온 비위 행위를 폭로한다”며 게재한 글이다.

게시물의 폭로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먼저, 일반 병사의 빨래 및 물 심부름을 상관인 부사관이 해오고 있다는 폭로로 시작된다. 해당 병사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빨래를 부대 밖으로 반출해 가족 비서가 세탁을 해오게 하고 물 또한 외부에서 가져다 마시는데,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부사관이 했다는 것이다. 빨래를 외부에서 해오도록 하는 것부터 충격적인데, 부사관이 심부름까지 했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청원인은 “코로나19 사태로 병사들의 출타가 제한되고, 간부들 역시 외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 자체가 지시된 상황이었지만 해당 부사관은 병사의 빨래와 물을 배달해주기 위해 외부인인 비서를 매주 만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청원인은 이어 “해당 병사가 동료들과의 불화를 이유로 1인실 ‘황제 생활관’을 쓰고 있다”며 “부대는 이것이 문제가 될 줄 알았는지 조기전역한 병사를 해당 생활관 명부에 넣어두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또한 절차에 어긋난 과도한 외출시간 등 탈영의혹과 해당 병사 부모 요청에 의한 생활관 샤워실 공사 의혹도 제기했다. 아울러 애초에 해당 병사가 부대에 전입해온 것부터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폭로 이후엔 또 다른 청원인이 폭로를 이어갔다. 첫 청원인이 문제를 제기한 부대의 직속부대 대대장이 폭언과 갑질, 횡령, 사적지시 등 여러 비위를 저질러 상급부대로부터 조사를 받았음에도 솜방망이 조치에 그쳤다는 폭로였다. 충격적인 폭로가 연거푸 이어지면서 이른바 ‘황제병사’ 논란은 세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창업주 빈자리 채워온 최영 부회장, 정도·자율·공평은 어디로?

사회적으로 무척 민감한 군 복무에 관련된 사안인 점, 역시 중요한 사회적 화두 중 하나인 ‘금수저’ 문제와도 얽혀있는 점, 무엇보다 군 기강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 어떤 재벌가에서도 불거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라는 점도 사안을 더욱 무겁게 한다.

특히 ‘황제병사’의 주인공이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황제병사’ 폭로 이후 <조선비즈>는 군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당사자가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이라고 보도했다.

폭로 내용 중에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 의혹도 포함돼있었던 만큼, 최영 부회장과 나이스그룹 역시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원인은 ‘황제병사’와 관련한 폭로에서 “해당 병사가 부대에 전입 왔을 때, 병사 및 부사관 사이에서 해당 병사의 아버지가 모 대기업 회장이라는 얘기가 돌았다”며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방조한 것도 모두 부모의 재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까지도 해당 병사의 부모는 밤낮으로 부사관 선후배들에게 아들의 병영생활 문제에 개입해달라고 전화를 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인프라 기업인 나이스그룹은 신용정보사업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창업주인 고(故) 김광수 회장이 2018년 3월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바로 이 수장이 최영 부회장이다. 고 김광수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었던 최영 부회장은 고 김광수 회장 별세 이후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에서 알 수 있듯, 최영 부회장이 나이스그룹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후계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주가 별세한 가운데, 젊은 오너일가 2세가 자리를 잡기까지 최영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황제병사’ 논란으로 최영 부회장은 대내외 이미지 및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나이스그룹은 경영이념으로 ‘정도’와 ‘자율’, ‘공평’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 ‘황제병사’ 논란은 이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수장으로서 안팎으로 체면을 구기게 된 셈이다.

또한 나이스그룹 역시 대외 신뢰가 가장 중요한 신용평가 및 금융서비스 기업으로서 불똥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공군은 ‘황제병사’ 논란과 관련해 즉각 감찰에 착수했으며,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감찰 주관 기관을 공군본부로 상향했다. 조사 결과 및 처분에 따라 또 한 번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편, <시사위크>는 최영 부회장 아들의 ‘황제병사’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나이스그룹 측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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