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제21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을 놓고 기나긴 신경전을 벌이던 여야 협상이 15일 최종 결렬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는 본회의 표결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을 향해 “일당 독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21대 국회 시작점부터 여야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통합당 주호영·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지난주 금요일(12일) 회동과 마찬가지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박 의장이 당시 공언한대로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를 포함한 민주당 몫의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관련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사무처는 법사위를 비롯해 기획재정위·외교통일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의 건을 본회의 상정 안건으로 공지했다.

◇ 통합당, 여당 비판 외 마땅한 수단 없어

통합당은 이날 하루 종일 비상대책위원회의·의원총회 등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를 위시로 민주당의 표결 강행 움직임을 강력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오전에는 소속 의원들이 박 의장을 집단으로 찾아 여야 중재를 요청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현실적으로 여당 규탄 외에 법사위 확보를 위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통합당 의원 전원(103명)이 본회의에 보이콧해도 국회 과반을 넘는 민주당이 자체 투표만으로도 안건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지만 48년 제헌국회 이래 한번도 상임위원을 강제 배정하고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적이 없다”며 “헌정사 폭거이자 일당독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도 “지금 민주당 의석 수(176석)를 보면 상임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멋대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무위 같은 다른 중요한 상임위가 (통합당에)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떳떳하게 다수 횡포로 국회 전 상임위를 갖겠다고 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향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법사위를 강탈하나’,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 ‘야당 입에 재갈물려 정권보위 자처하나’ 등의 문구가 새겨진 손피켓을 들고 민주당 규탄 퍼포먼스를 했다. 이같은 항의 외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현실을 방증하듯 곳곳에서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통합당은 본회의 개의 직전 주 원내대표를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할 예정이다. 통합당은 지난 12일에 이어 이날 본회의에도 전원 불참할 것으로 관측된다.

◇ 민주당, 반쪽 국회 불사

통합당의 거듭된 경고에도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엄중한 시국인 만큼 원활한 국정동력 마련을 위해 법사위는 여당이 확보하되 알짜 상임위인 예결위 정무위 등을 통합당에 넘기는 중재안 등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더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다 했다”며 “이제 민주당은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상 18개 상임위 독식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아 법사위를 포함한 민주당 몫의 상임위를 우선 확보하고 나머지 상임위를 차후 처리할 방침이다.

앞서 통합당은 민주당이 그간 관례대로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내주지 않을 심산이라면 차라리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가라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따라서 민주당도 일부 상임위만 처리하고 통합당 몫은 남겨두는 편이 대야(對野) 전략상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통합당의 극한 반발에도 국회 관례를 깨고 법사위를 거머쥐게 될 경우 당분간 반쪽 국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 협치 실종된 여야… ‘여의도 냉전’ 언제까지

21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 관계가 상당한 파열음을 내면서 당분간 ‘협치’란 단어 자체를 거론하는 것조차 멋쩍게 된 모양새다.

일단 코로나19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 심사가 지연될 것이 불 보듯 뻔해 결국 여야 대립의 피해는 또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내달(7월) 중순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돼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자초한 일 아닌가”라면서도 “개원 초기부터 정치권이 국민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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