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임위 배정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임위 배정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그 화살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향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압도적인 수에 밀려 원 구성 협상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실상 결정권자인 박 의장의 책임을 거론한 것이다.

◇ 통합당, 상임위 배분 국회의장에 항의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박 의장이라는 분이 다른 국회의장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여당 눈치를 보는 나약한 국회의장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장이라고 인정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비판의 칼날을 겨눴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조금 시간이 걸려서라도 많이 가진 쪽에 있는 여당을 불러서 호통도 치고 야단도 치고 제대로 협상하라고 했어야 했다”며 “오래전부터 국회 관행을 쭉 보셨던 분이신 건데 무엇이 두렵고 급해서 이런 식으로 했느냐는 부분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1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법사위를 두고 통합당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표결에 부친 것이다. 본회의에 불참한 통합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일당 독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통합당의 항의는 하루가 지난 이날도 이어졌다. 다만 그 표적은 민주당에서 국회의장으로 바뀌었다. 조 의원의 비판이 이어진 데 이어,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의원 20여 명은 이날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지금의 상황이 ‘의회 폭거’로 규정하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 철회’를 요구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통합당 만이 아니다.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갖는 비교섭단체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의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 “취약계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필요시 국회의장의 결단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에 압박이 더해진 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국회의장들은 여야 갈등 국면에서 공격의 대상이 됐다. /뉴시스

◇ 여야 갈등국면 속 역대 의장들도 수난

야당이 국회의장을 향해 날을 세우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장이 의사 진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기저에는 국회의장이 여당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당적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몸담았던 여당의 기류를 쉽게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 정치권에서 늘 지적돼 왔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20대 하반기 국회의장이었던 문희상 전 의장의 경우다. 문 전 의장 재임 기간에 여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을 두고 극심한 대치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의장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갈등은 커졌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전 의장을 향해 ‘문희상 씨’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한심하다’ 등 막말을 이어갔다.

이후 문 전 의장은 이를 회고하면서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12월 한 달은 30년 정치 인생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국회의장들의 ‘수난사(史)’는 지속돼 왔다. 18대 국회 김형오 전 의장 당시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예산안과 부수 법안 처리 등을 두고 여야 갈등이 극심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이 이들 법안을 직권상정 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민주당은 그를 맹비난 했다. 당시 민주당 노동특별위원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사기꾼이 돼 버렸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다. 결국, 김 전 의장은 민주당으로부터 윤리위원회의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

반면 아군에게 공격받는 모양새가 빚어지기도 했다. 19대 정의화 전 의장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 법안’으로 꼽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母)당인 새누리당과 반대 행보였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해임 결의안 등을 언급하며 정 전 의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를 못이긴 정 전 의장은 결국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 수순을 밟았다.

이렇듯 여야의 이권에 따라 국회의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되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입법부의 수장이자 국회의 ‘어른’인 의장에 대한 존중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국회의장 수난사를 21대 국회에서는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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