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성원(왼쪽 두번째부터)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의원, 홍석준 의원, 조태용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사임계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성원(왼쪽 두번째부터)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의원, 홍석준 의원, 조태용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사임계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176석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인해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통합당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사실상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민주당의 독주를 저지할 방도가 없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통합당은 우선 상임위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돌파구 마련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위시한 통합당 의원들은 16일 박병석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 전날(15일) 본회의에서 벌어진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김 원내수석은 “통합당은 강제배정된 상임위에서 국회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렸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회의장이 결자해지의 모습으로 어제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원장 선출을 취소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로 포문을 연 상임위 일정 참석 관련 질문에는 “(통합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격앙된 통합당… 국회 파행 불가피

박 의장은 전날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기획재정위원장·외교통일위원장·국방위원장·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을 선출하고 통합당 의원 45명을 각 상임위에 배정했다.

통합당은 박 의장이 최종시한으로 제시한 15일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사실상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로 배정한 것이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각 상임위에 배정된 상임위원 가운데 선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통합당 의원 45명은 이같은 강제 배정에 반발해 일괄 사임키로 결정했다. 김 원내수석은 이날 박 의장을 찾아 항의한 직후 자당 유상범·조태용 의원 등과 함께 국회 의사과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여야 갈등 국면은 이제부터 시작인 모습이다.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은 우여곡절 끝에 우선 처리했지만 아직도 12개 상임위원장 선출이 남았다. 의석 비율로 따지면 민주당은 11개, 통합당은 7개 상임위원장을 챙긴다.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은 통합당 몫으로 한다는 방침이나 통합당은 이미 법사위가 민주당에 넘어간 만큼 차라리 18개 상임위를 다 포기하겠다며 초강경 태세를 견지하고 있다.

◇ 통합당, 주 원내대표 복귀 설득할 듯

개헌 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176석 위용의 민주당에 비해 103석 제1야당 통합당은 무기력하다. 통합당은 이미 지난해 선거법·공수처 관련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일명 ‘4+1 합의체’라는 범여권 연합체의 수적 공세에 참패한 수모를 여전히 겪는 모양새다.

통합당은 민주당을 향한 유감 표명, 항의를 비롯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이나 여론에의 호소 외 현실적 대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긴급 비대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여당이 지금까지 하는 행위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우리나라 의회 역사를 봐도 다수 여권의 횡포가 정치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횡포는 비상식적 일”이라며 “협치가 안 돼서 일이 처리되지 않는 건 민주당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론 호소 외 당 차원의 대응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우선 통합당은 사의를 표명한 주 원내대표의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지도부 공백기를 최소화해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재정비할 요량이다.

김 원내수석은 이날 오후 중진의원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 복귀 작업과 관련한 질문에 “많은 중진들이 (주 원내대표가) 다시 당에서 역할을 해주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며 “자세한 부분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사퇴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민주당과 추가 협상 여지에 대한 질문에도 “사퇴한 사람이 무슨 협상인가”라며 확고한 사퇴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대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 원내대표가 그동안 대여(對與) 협상을 이끌어온 만큼 며칠 휴식기를 갖고 원대복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사위는 놓쳤지만 12개 상임위 협상이 남아 있어 협상 여지가 완전 차단된 것은 아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후임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당내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주 원내대표 설득 작업에 나설 경우 굳이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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