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병사’ 논란으로 최영 부회장이 사퇴하면서 나이스그룹이 뜻밖의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황제병사’ 논란으로 최영 부회장이 사퇴하면서 나이스그룹이 뜻밖의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공군 ‘황제병사’ 논란의 당사자인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이 결국 사퇴했다. 또 다시 급작스러운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나이스그룹의 앞날이 안개 속에 빠진 가운데, 오너일가 2세가 조기 등판하게 될지 주목된다.

◇ ‘황제병사’ 거센 후폭풍… 최영 부회장 결국 사퇴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은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하고 전격 물러났다. 같은 날 나이스홀딩스(NICE)는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다.

최영 부회장의 사퇴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황제병사’ 논란에 따른 것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공군 내 ‘황제병사’에 대한 폭로가 제기돼 거센 파문을 낳았다. 대기업 부회장 자녀로 알려진 일반병사가 1인 생활관 사용, 외출증 없는 외출 등 각종 특혜를 받고, 심지어 상관인 부사관에게 빨래 등을 배달하도록 했다는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러한 폭로 중엔 “‘황제병사’의 부모가 부대에 밤낮으로 전화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으며, 당사자는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후폭풍은 거셌다. 해당 부대와 관련된 추가 폭로가 제기되는가 하면, ‘황제병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올라온 당일 휴가를 나와 전화로 조사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최영 부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사내 메일을 통해 “불미스러운 의혹들로 인해 나이스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공군본부의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저 또한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 모든 의혹들은 조사결과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군은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공군본부 차원의 감찰에 돌입했으며, 폭로 내용 중 상당부분을 확인해 정식 수사로 전환한 상태다. 지난 15일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한 원인철 공군총장은 “대국민 신뢰가 이렇게 무너진 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고(故) 김광수 회장 별세 이어 최영 부회장까지 물러나

최영 부회장이 급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나이스그룹은 졸지에 최고위 경영인을 잃게 됐다. 최영 부회장의 존재가 상당히 중요했던 만큼, 적잖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입지를 자랑하는 나이스그룹은 2년 전인 2018년 3월 창업주이자 오너경영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고(故) 김광수 회장이 향년 5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별세한 바 있다.

승계 작업은 물론 준비조차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고 김광수 회장이 별세하면서, 당시 나이스그룹은 우려의 시선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고 김광수 회장의 장남인 김원우 에스투비네트워크 이사가 막대한 상속세 부담 속에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받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이때 전문경영인으로 수장 역할을 한 것이 최영 부회장이다. 최영 부회장은 고 김광수 회장 생전에도 함께 각자 대표를 역임했으며, 고 김광수 회장 별세 이후에는 단독대표로 그룹을 이끌었다. 혼란스러울 수 있는 대내외 상황을 잘 수습하고 안정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오너일가 2세가 자리를 잡기까지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러한 존재감 및 기대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영 부회장마저 불미스러운 일로 급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나이스그룹은 또 다시 짙은 안개 속에 놓이게 됐다. 당장은 이현석 경영기획본부장이 그의 공백을 메우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모습이다.

일각에선 오너일가 2세 김원우 이사의 ‘강제 조기등판’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던 전문경영인이 불명예 퇴진한 만큼, ‘오너 리더십’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원우 이사는 1993년생으로 아직 20대다. 나이는 물론 경력 또한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당장 ‘오너 경영인’으로 적극 나서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밖에 지난해 최영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 직함을 단 심의영 나이스평가정보 부회장의 그룹 총괄과 김명수 나이스홀딩스 부사장 등도 내부 대안으로 거론된다.

‘황제병사’ 논란으로 뜻밖의 악재를 마주한 나이스그룹이 향후 어떻게 위기 상황을 풀어나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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