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독일연방자동차청과도 아직 논쟁 중… 현재진행형인 사안”
2017년 11월, 21개 차종 미인증 배출가스·소음 부품 사용 적발 ‘과징금 78억원’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휩싸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7년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독일에서 불거지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환경부는 지난달 초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포르쉐코리아, 한국닛산 등 3개사가 국내 자동차 인증 시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임의로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 벤츠는 지난 2017년 이미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휩싸인 직후 대상 차종에 한해 무상으로 소프트웨어를 정비해 준 바 있다. 또한 2018년 독일 정부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대규모 리콜을 명령했고, 벤츠는 이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 한국에서도 동일한 리콜이 진행됐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리콜이 반복되고 있는 셈인데, 사정이 이쯤되면서 벤츠를 향한 외부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 2017년, 300만여대 소프트웨어 무상 수리… “배출가스 조작 시인은 아니다”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은 지난 2017년 7월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당시 독일 슈피겔지가 폭스바겐·벤츠·BMW·아우디·포르쉐 등 독일 자동사 제조사 5개사가 카르텔(협정)을 맺고 기술·부품조달 등 광범위한 부분에서 담합이 있다고 보도한 후 불거졌다.

또한 슈피겔지와 쥐트도이체차이퉁(SZ), 공영방송 WDR, NDR 등 독일 언론은 독일 자동차브랜드 5개사의 담합에는 디젤 차량 배출가스 관련 문제도 포함돼 있다며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벤츠도 배출가스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벤츠도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디젤 차량에 설치해 배출가스 인증 테스트 때만 배출가스를 저감하고 실제 주행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파문과 유사하다.

당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벤츠의 모회사 독일 다임러그룹은 전 유럽에 걸쳐 OM642(유로6)와 OM651(유로5) 엔진을 적용한 디젤 차량에 대해 엔진소프트웨어 무상 정비 계획을 발표했었다. 대상 차량 대수는 300만대 이상에 달한다. 벤츠의 이러한 조치에 국내 환경부 역시 벤츠코리아 측에 국내 수입·판매된 차량에 대해서도 유럽과 동일한 개선조치를 요구했다. 국내에서 수입 판매된 대상 차종은 총 47종, 11만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는 유럽에서 우선적으로 자발적 무상 수리를 실시했고, 한국에서는 소비자 및 정부 당국의 항의가 빗발치자 동일한 무상 정비를 실시했다.

당시 벤츠는 이와 관련해 자발적 무상 수리는 인정하면서도 배출가스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18년 6월과 2019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독일연방자동차청(KBA)은 벤츠의 OM642와 OM651 엔진 적용 디젤 차량 수십만대에 대해 리콜을 명령했다. 2018년 KBA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를 토대로 국내 환경부도 자체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초 약 2년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벤츠를 배출가스 불법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벤츠코리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환경부의 조사결과, 벤츠의 유로6 기준을 충족한 엔진 탑재 디젤 차량 12종은 차량주행 시작 후 운행기간이 증가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 가동률을 저감하는 방식 등의 조작으로 인증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도로 주행 시에는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했다.

또 KBA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리콜명령에 이어 지난 15일에도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리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KBA가 발표한 리콜 대상 차량은 유로5 규정을 충족하는 A클래스, B클래스,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등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총 17만대 디젤 차량으로, 벤츠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벤츠는 KBA 리콜 명령과 국내 환경부의 고발 조치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는 배출가스와 관련해서는 허용치를 충족시키는 배출가스만을 배출시켰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리콜명령이 지난 2018년 KBA에서 내려졌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상 정비로 실시한 것은 맞다”며 “다만 이는 고객 안전을 위한 조치의 일환일 뿐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당시 KBA 리콜 명령에 대해서는 독일 벤츠 본사에서도 이의를 제기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의 조사 발표가 나오고 검찰 고발 등 조치가 이뤄지자 이의를 제기했고 동일하게 현재진행형인 사안으로, 국내외에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배출가스 불법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양상을, 과연 ‘고객의 안전을 위한 순수한 취지’로만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벤츠 측의 리콜 조치를 두고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사전이 인지하고 있었거나, 이를 시인한 행위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2017년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던 벤츠는 같은 해 11월 ‘2011∼2016년 미인증 배출가스 및 소음 계통 부품 사용’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대상 차종은 C63 AMG와 ML350 블루텍 등 21개 차종 가운데 9,013대다. 환경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벤츠 측에 과징금 78억원을 부과했다. 벤츠코리아는 이에 불복해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이 원고(벤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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