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사회가 가속됨에 따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능력과 활용역량의 차이는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이전보다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22일 정보문화의 달을 맞이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국민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정보취약계층에게 발생하는 ‘디지털 불평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능력과 활용역량의 차이는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이전보다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디지털 사회 환경을 정비해 ‘디지털 소외’ 문제 대응에 나선다.

◇ “알아야 쓴다”… 정부,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위한 교육 지원

정부는 22일 정보문화의 달을 맞이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제 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디지털 포용’이란 단순히 취약계층의 정보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넘어 국민 모두가 디지털 사회에 참여 동기를 가지고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직접 찾아서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 전반을 정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디지털 포용 계획 추진 배경에 대해 “취약계층을 포함한 국민 누구나 디지털을 활용해 경제활동을 하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활용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다 함께 누리는 디지털 포용 세상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은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 △디지털 기술의 포용적 활용 촉진 △디지털 포용 기반 조성 등의 4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먼저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과제는 누구나 쉽게 찾아가 배울 수 있는 디지털 교육 체계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주민센터, 도서관, 과학관 등 집 근처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회, 산업 등의 발전의 기반이 되는 여러 가지 공공시설) 1,000개소를 ‘디지털 역량 센터’로 선정하고 순환 운영할 예정이다. 디지털 역량 센터로 선정된 SOC에서는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모든 국민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기본역량 교육이 실시된다.

디지털 역량 센터로 접근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과 어르신 분들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1대1 방문’ 디지털 역량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4,000명을 대상으로 1대1 방문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며 오는 2022년 이후에는 1만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원하는 국민 누구나 각자의 디지털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수준별·상황별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기반 디지털 교육 체계 ‘디지털 역량 교육 통합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변화에 맞춰 전 국민이 AI 등 신기술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초·중·고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AI교육 내용·범위기준이 올해 마련된다. 교육과정 개편 시 SW교육 시간 확대 등 초·중·고 학생의 SW·AI 역량신장을 위한 학교 소프트웨어(SW)·AI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역기능 예방을 위한 인터넷 윤리 교육, 디지털 저작권 교육 등을 확대한다.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사이버 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이 이뤄지도록 한다. 가짜뉴스 분별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나간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 국민의 SW·AI 역량 강화를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선 온라인 AI교육 콘텐츠를 집중 개발·활용할 계획이다. 도서관, 박물관, 과학관 등에서 다양한 AI체험교육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 함께 누리는 디지털 포용 세상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은△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 △디지털 기술의 포용적 활용 촉진 △디지털 포용 기반 조성 등의 4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사진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도 조성

정부는 디지털 포용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나라 어디서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주민센터, 마을회관 등 전국 공공장소 4만1,000곳에 공공 와이파이(WiFi)가 신규 설치된다. 도서·벽지 등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농어촌 마을 1,300여개 지역에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된다.

디지털 기술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정보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스마트 기기와 통신료가 지원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21년에는 스마트 기기 1만대가 우선 보급되며 단계적으로 확대 검토된다. 

고령층·장애인 등 위한 디지털 기기·서비스의 접근성도 개선된다. 정부는 편리하지만 ‘디지털 소외’ 현상을 부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에 사업자 규모, 공공성 등을 고려해 민간 분야에 대한 키오스크의 접근성 범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무인정보단말기의 SW 표준 모듈도 단계적으로 개발해 민간에 보급·확산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의 키오스크는 접근성 보장을 위해 높이, 화면 밝기, 글자 크기 등 국가 표준을 따르고 있으나 민간분야에 대해선 의무조항이 없다”며 “이를 규제하고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없기 때문에 이번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 과제를 통해 사업자 규모 등 조건들을 고려해 접근성에 대한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등을 위한 콘텐츠 이용 환경도 개선된다. 방송·콘텐츠 이용환경을 조성을 위해서 AI 기반 음성·자막·수어 전환 서비스가 개발된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에서 시범 서비스될 예정이며, 2021년부터 EBS, 종편, 보도PP등으로 확대 추진될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 등의 전자출판물 접근성이 보장된 독서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행정민원 서비스 이용환경 역시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방향으로 개편된다. 올해부터 스마트 패드, 스마트미러 등 지능정보기술을 민원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적용해 취약계층도 쉽게 민원창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주민센터에서 취약계층의 ‘정부24’ 활용 지원과 구술 민원 접수 등을 올해부터 확대하며, 하반기부터는 취약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민원수수료 감면도 확대한다.

◇ 디지털 기술의 활용 촉진과 기반 조성 위해 민·관 협력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확산을 위해 ‘디지털 기술의 포용적 활용 촉진’ 과제도 진행된다.

고령층·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의 가정 또는 집단거주시설에 호흡·맥박·활동 감지 센서 등을 보급해 비대면 디지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화재, 낙상, 감염병 등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감염병 등 국가재난 상황에서 학교나 급식소가 폐쇄돼도 취약계층에 대한 급식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서울, 전남 지역의 독거노인, 노숙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무료급식 제공 복지프로그램이 중단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공의 수급자 데이터와 민간의 배달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이 추진된다.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사회적 기업에 지원도 확대한다. 민간 기업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셋을 구축한다. 이에 따라 올해 실시간 자막 서비스, 관공서 수어 통·번역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한국어 대화·음성, 수어 데이터 셋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기반 사회적 기업의 기술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ICT R&D 바우처사업 등에 가산점이 부여된다. 민간 부담금·기술료 등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 선정 시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고용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기업은 올해부터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디지털 포용 세상 구현을 위해 과기정통부를 포함한 범부처가 디지털 환경 정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언택트 시대를 맞아 모든 국민이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격차 해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 포용 기반 조성을 위해 민·관 협력도 강화된다. 디지털 포용 정책 발굴, 법·제도 개선, 대국민 홍보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포용 기업 간 자원·기술·노하우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포용 기업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민간주도의 디지털 포용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거대한 변화 앞에 놓인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회·경제적 격차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포용 사회로의 도약은 정부뿐만 아니라 민·관이 함께 달성해야 한다”며 “대전환의 과정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민간 기업들에 많은 노력을 부탁드리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적극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보통신전략위원회의를 주재한 정세균 총리도 “사회가 ‘디지털화’ 될수록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쉽게 쓸 수 있는 ‘기술 혁신’ ‘망·기기 보급’ ‘눈높이 교육’의 삼박자를 맞춰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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