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규제 완화 및 OTT콘텐츠 제작 펀드 출시 등 지원 대폭 강화

OTT(온라인 동영상)시장의 세계적인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 역시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대형 OTT플랫폼에게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유료방송업계와 토종 OTT업계에 규제 완화와 콘텐츠 제작 펀드 조성 등의 지원을 통해 '한국판 넷플릭스' 만들기에 나선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세계적으로 OTT(온라인 동영상)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의 본격적인 보급과 더불어 지난해 차세대 이동통신 5G까지 상용화되면서 OTT서비스의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대형 OTT플랫폼들에게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토종 OTT플랫폼은 글로벌 대형 OTT플랫폼인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의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손꼽히던 토종 OTT ‘웨이브(WAVVE)’는 5월 월간 이용자 수(MAU)는 346만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대비 12.4% 감소한 수치다.

반면 넷플릭스의 5월 MAU는 지난해 12월 약 387만명에서 올해 5월 637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KT의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의 조사에 빠르면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93.7%에 달했다. OTT이용자 10명 중 9명이 유튜브 이용자인 셈이다. 

이 같은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글로벌 기업들이 잠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칼을 뽑았다. 이에 따라 OTT콘텐츠 제작 지원과 더불어 유료방송업계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 ‘합산규제’ ‘등급제’ 등 유료방송·OTT업계 발목 잡던 규제 대폭 완화

정부가 22일 제 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따라 유료방송 합산규제 등 미디어 플랫폼 규제를 과감히 완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는 KT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길 수 없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해당 규제는 2015년부터 3년간 기한부 조건으로 시행된 후 2018년 일몰됐다. 

그러나 국회 등에선 사후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암묵적으로 계속 시행됐다. 이 때문에 가입자 점유율 약 31%를 차지하며 유료방송시장 1위를 달리던 KT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각각 티브로드, CJ헬로를 인수하는 동안에도 눈치만 봐야 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폐지로 현대HCN, 딜라이브 등의 케이블 TV 인수전에 KT도 참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통신 3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아울러 유료방송기업 M&A 심사 절차도 간소화된다. 방송·통신 M&A를 인·허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등 관계기관은 협의체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심사 진행 상황 및 일정 등을 공유하고 사전동의 심사 간소화·효율화를 통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유료방송 요금도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된다. 지금까지 유료방송 요금은 1위 유료방송사업자가 신규 요금제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 기관에서 검토한 후 허용 여부를 결정하던 인가제였다. 하지만 이번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따라 유료방송 요금이 신고제로 바뀌면서 유료방송업체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해 요금을 정할 수 있게 됐다.

OTT 사업자를 통해 유통되는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자율등급제 도입이 추진된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영상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OTT플랫폼들은 등 온라인 영상물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 배경에 대해 “미디어 제작·유통·전송의 ‘디지털화’와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비대면 활동 증가로 글로벌 OTT기업들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OTT와 유료방송업체 등을 포함한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글로벌 OTT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플랫폼이 혁신해나갈 수 있도록 미디어 플랫폼 규제를 과감히 완화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2일 제 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유료방송 요금 인가제에서 신고제로의 변경, OTT 자율 등급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유료방송·OTT업계의 발목을 잡던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국내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에도 폭넓은 지원… “한국판 넷플릭스 5개 만들 것”
 
OTT를 포함한 현재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은 내 가입자를 뺏기지 않으면서, 타사의 가입자를 나의 플랫폼에 끌어들이는 경쟁이다. 시장 초기에는 가격이나 플랫폼 기능 등의 서비스가 이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가격 및 플랫폼 기능은 OTT 플랫폼 모두 거의 비슷비슷한 수준이 돼다. 때문에 OTT의 경쟁력은 이제 남의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것이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다.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은 토종 OTT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넷플릭스에게 국내 OTT시장 주도권을 내준 웨이브의 경우, 넷플릭스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가 현저히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KBS, SBS, MBC 등 지상 3사에서 이미 한 번 사용됐던 플롯의 드라마, 예능 콘텐츠가 많아 식상하다는 이용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토종 OTT의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젊은 창작자, 1인 미디어 발굴·육성하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1인 미디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콘텐츠 공동창작공간을 확충한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문화콘텐츠 펀드’도 조성한다. 문화콘텐츠 펀드는 올해 총 2,301억원 규모로 조성되며, 오는 2024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OTT콘텐츠 제작비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영상물 세액공제는 영화·방송 콘텐츠에만 적용되고 있다. 

국내 OTT 콘텐츠의 해외진출을 위해선 유통 R&D, 수출용 단말을 활용한 국내 OTT 플랫폼 홍보 유도와 함께 수출용 콘텐츠 재제작(자막, 더빙 등) 등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가 수출하는 스마트폰에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를 추천 메뉴로 탑재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 10조원과 134억2,000만 달러(한화 약 16조2,315억원)의 콘텐츠 수출액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이와 함께 ‘한국판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도 최소 5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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