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려다 청년층을 등질 위기에 처했다.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대선 공약 때문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대선 직후인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논란이 돼왔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된 비판의 핵심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개인의 노력에 관계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불공정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정상 채용을 통해 들어온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의 ‘노·노(勞勞)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노출됐다. 자회사 고용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노동계로부터 고용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고용 세습’이 일어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원 직접 고용 방침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젊은층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번 논란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라고 부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2일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명을 공사 소속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의 상징과도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인천공항공사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언론이 역차별 논란을 부추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보안검색원 전원이 정규직 전환이 되는 것이 아니고 800명은 공개 경쟁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보안검색 요원들이 직접 고용이 된다고 해도 향후 기존 인천공항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를 받는 것은 아니고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될 때와 동일한 임금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역차별이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건의하며 눈물을 닦는 참석자를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원 정규직화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정책도 공격을 받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건의하며 눈물을 닦는 참석자를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원 정규직화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정책도 공격을 받고 있다./뉴시스

◇ '인국공 사태’에 현장선 ‘노·노 갈등’

그러나 이미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정규직 전환의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노·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공사의 기존 정규직 노조원 500여명은 지난 23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보안검색원 1900명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규탄 대회를 열고 “힘들게 입사한 우리는 뭐가 되나”며 “채용도 추첨으로 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본사 정규직이 되게 된 보안검색원 노조는 노조대로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탈락자가 나올 경우 구제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 본사가 아닌 자회사 소속 정규직이 된 공항 직원을 검색하는 직원과 공항경비대 직원들은 자신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공개채용 시험을 준비해 온 취업 준비생들도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높다. 서울 지역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부는 왜 하냐” 등 박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23일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4일 오후 4시 25분 기준으로 18만7,839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인천국제공항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다. 이 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인가”라며 “이건 평등이 아니다.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철회하고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을 가했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24일 오전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 “청년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이게 나라인가. 열심히 준비한 청년들 어찌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청년 취업에 대한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로또취업방지법(가칭)’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방문했던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무조건 정규직화가 결국 로또 취업으로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권은 노력하는 청년들이 호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공정 가치 말살한 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묻지마 정규직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2030 세대가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며 분노하고 있다”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약속을 굳게 믿었던 젊은이들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원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당에서 아직 그와 관련해서 얘기가 나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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