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와 부동산, 공유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를 넘어 국민 개인의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을 비롯해 법조계 일각에서도 현 정권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대북전단(삐라)’이다.

먼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려는 이유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접경지역 주민들이 북으로부터 느끼는 위협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 정권과 여당이 직접 나서 대북전단 살포를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등에 대해 위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표현의 자유 역시 일정한 제한을 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엔 현직 부장판사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기구 관계자도 대북전단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소장은 “자유에도 제약은 있다”고 말하면서도 대북전단과 관련해서는 ‘표현의 자유’로 봐야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폴슨 소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활동이자,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남한과 북한은 모두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유약(ICCPR)’을 비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한 정보교류 권리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외에도 현 정부가 개인의 표현과 미디어 등 적지 않은 부분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한 월간지에는 “北이 삶은 소대가리라 하면 가만있고 국민은 입건하나”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인터뷰 당사자 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는 지난해 7월 여권 주요 인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가 살포한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쓰였는데, 이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는 “첫 조사를 받을 때 사건을 담당한 영등포경찰서 경찰관이 ‘해당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이건 꼭 처벌을 원한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말했다. 모욕 혐의는 친고죄에 해당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경찰관의 이 같은 발언은 문 대통령이 국민 개인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해당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을 ‘시진핑의 충견’이라고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교 측의 동의 없이 학교 내에 붙였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도 존재한다. 벌금형이 내려진 이유로는 대자보 내용이 아니라 ‘건조물침입죄’라는 죄목이 적용됐다. 건조물침입죄는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反)해 건물에 들어가야 죄가 성립한다.

해당 대학교 관계자는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를 건조물침입죄로 신고하지 않았으며, 대자보로 인해 피해를 본 것도 없어 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증언을 했지만 유죄 선고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와 대학 측의 증언 등을 모두 감안해 최초 구형된 벌금의 절반만 내도록 판결을 내렸지만, 논란이 된 대자보가 현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조치 역시 정치적 배경 때문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은 영화계로까지 뻗쳤다. 법원은 2017년 8월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에 대해 최근 “영화 속 중국 동포 묘사 내용이 이들을 불편함과 소외감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사과하라”고 판결했는데,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범죄도시’ 영화도 그들(중국 동포)에게 사과해야 하고, 일본인에 대한 비하 내용이 담긴 영화는 일본인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창작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대중문화에 이런 잣대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단순 전단 살포와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 창작물을 제작하는 것에까지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재판까지 가야하는 문제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 정부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압박·억압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이 경우 더 큰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뭐든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정부는 잘 생각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국민들의 비판의 의지를 꺾고 자유를 탄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 경우 그 국가는 겉만 민주주의 모양새를 내는 ‘민주주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