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신동빈 형제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뉴시스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오랜 갈등이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지난 1월 별세한 부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20년 전 남겼다는 유언장이 등장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곱지않은 세간의 시선마저 지쳐가는 모양새다.

◇ 뒤늦게 등장한 신격호 유언장, 형제는 또 대립

롯데그룹 오너일가 2세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이번엔 부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20년 전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밝힌 유언장의 내용은 “사후에 롯데그룹(한국, 일본 및 그 외 지역)의 후계자를 신동빈으로 한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1월 별세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본 사무실 및 유품 정리가 뒤늦게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도쿄 사무실 금고에 있던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유언장이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됐고,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유언장과 관련해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러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같은 날 입장자료 통해 반박에 나섰다. 신동주 회장 측은 “당초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없다고 발표했던 롯데그룹이 최근 유언장이 발견됐다고 하고 있으나, 법률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인 의미의 유언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유언장의 내용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2000년 3월 4일자로 된 유언장엔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한다고 기재돼있지만, 2015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권이 해직돼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6년 4월 촬영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발언 내용에 반할 뿐 아니라, 해당 유언장 작성 날짜 이전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비서를 지낸 인물이 증언했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후계자 관련 의사 내용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신동주 회장 측은 유언장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초 롯데그룹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직후 유언장이 없다고 밝혔는데, 5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돌연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특이하며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동주 회장 측은 “오랜 세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비서를 지낸 인물에 의하면 해당 금고는 매달 내용물에 관한 확인 및 기장이 이뤄지며, 이제 와서 새로운 내용물이 발견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5년 째 봉합되지 않는 갈등… 요원한 마침표

2015년 수면 위로 떠오른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갈등은 5년이 지나도록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2015년 수면 위로 떠오른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갈등은 5년이 지나도록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부친 유언장을 둘러싼 대립은 두 형제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또 다시 충돌을 빚은 직후 벌어졌다.

신동주 회장 측은 지난 24일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빈 이사 해임의 건 등 동생을 겨냥한 안건들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하고, 부결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동빈 회장은 ‘방어전’에 성공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을 오는 7월 1일부로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및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은 일본롯데의 지주사를 직접 이끄는 단일 대표이사 사장이자 일본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실질적으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역할을 이어 받아 수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충돌해 표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2015년으로, 어느덧 5년이나 됐다.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수차례 노출했던 양측의 갈등 및 대립은 번번이 신동빈 회장 측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좀처럼 마침표는 찍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더불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오너일가는 각종 비리혐의로 구속 및 재판을 받는 등 큰 물의를 일으켰으며, 국적 관련 논란에도 거듭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따른 국민적 실망과 분노, 질타는 거센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신동빈 회장은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선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나, 형제간 갈등이 지속되며 빛이 바래고 있다. 거듭되는 갈등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가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갈등은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신동주 회장 측은 최근 두 차례 입장표명과 함께 “앞으로도 롯데그룹의 경영 정상화 실현을 위해 지속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 역시 “창업주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형제의 이 같은 언급은 공허함만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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