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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더 뉴 제네시스 쿠페를 끝으로 국산 스포츠카의 명맥이 끊어졌다. / 현대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산 자동차 브랜드는 지난 2016년을 끝으로 스포츠카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국산 스포츠카의 명맥이 끊어진 모습이다. 반면 수입 자동차 브랜드 일각에서는 한동안 생산·판매를 중단했던 스포츠카 모델을 다시 개량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등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산 스포츠카는 1990년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스쿠프가 시초다. 이후 1996년 현대차에서는 1996년 티뷰론을 생산했고, 기아자동차에서는 영국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의 2인승 컨버터블(오픈카) ‘엘란’의 판권을 인수해 같은 해 국내에 출시했다.

기아 엘란은 당시 오픈카가 생소했던 국내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모델로 꼽혔으나, 1997년 외환위기(IMF)에 따른 어려움을 겪으면서 1999년 단종됐다. 실제로 엘란은 차량 1대당 생산 금액이 약 3,000∼4,000만원에 달하는데 비해, 판매 가격은 2,750만원에 불과해 생산할 때마다 기아차에 손실을 안겨준 모델이다.

현대 티뷰론은 1999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티뷰론 터뷸런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이어오다 2001년 후속모델 ‘투스카니’가 출시되면서 단종됐다. 투스카니는 약 7년간 판매됐으며, 2008년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쿠페’를 생산했고, 2011년 페이스리프트 거친 ‘더 뉴 제네시스 쿠페’가 출시됐다. 그러나 더 뉴 제네시스 쿠페도 2016년을 끝으로 단종 되면서 현재 국산 브랜드에서는 스포츠카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하기 직전, 대우자동차(현 쉐보레)는 GM대우 시절인 2007년 국내 시장에 2인승 로드스터(오픈카)를 출시해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당시 출시한 차량은 ‘G2X’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 새턴 코퍼레이션에서 생산·판매된 ‘새턴 스카이’를 도입한 것이다.

G2X는 독특한 디자인과 국산 브랜드의 오픈카라는 희소성 등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출시 금액이 4,390만원에 달했다. 결국 국내 출시 1년 동안 100대를 조금 넘기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성적에 수입 중단으로 국내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시 4,000만원은 현대차 그랜저TG 최상위 트림 판매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토요타코리아가 2020년형 GR 수프라 한정수량 완판에 이어 2021년형 GR 수프라를 재차 한정수량으로 출시한다. / 토요타코리아
토요타코리아가 2021년형 GR 수프라를 한정수량으로 국내에 출시했다. / 토요타코리아

◇ 수입차 브랜드, 단종모델 부활

국산 스포츠카는 다양한 이유로 단종이라는 전철을 밟게 됐고 현재 생산이 멈춘 상태지만, 수입 자동차 브랜드는 국산 브랜드와는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차 브랜드 BMW와 일본차 브랜드 토요타가 손을 잡고 각 사의 단종된 스포츠카를 다시 되살렸다. BMW는 2인승 로드스터 Z4의 3세대 모델을, 토요타는 수프라의 5세대 모델 ‘GR 수프라’를 최근 출시해 판매를 시작했다.

2인승 스포츠카는 수요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실내공간 및 적재함(트렁크) 공간이 협소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 수요가 적은 만큼 생산대수를 조절해야 하는 문제도 상존한다. 이는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BMW Z4는 6,000만원대이며, 토요타 GR 수프라는 7,000만원대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수입차 브랜드가 스포츠카 생산을 놓지 않는 이유로는 ‘스포츠카=브랜드 기술의 집약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상징할 수 있는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것으로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드 머스탱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 픽사베이
포드 머스탱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 픽사베이

◇ 미국차, 50여년 역사 포니카 놓지 않아… 日브랜드, 스포츠카 개발 지속

미국차 브랜드의 경우 과거부터 생산해오던 스포츠카를 현재까지 생산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포드 머스탱과 GM 카마로가 있다. 두 차량은 ‘포니카’로, 수십 년 동안 개량을 거쳐 세대변화를 이어오고 있다.

과거 1950∼1960년대 미국 자동차 시장은 고출력·대배기량을 자랑하는 ‘머슬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에는 가격이 높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포드는 머슬카보다 작은 차체와 배기량을 가진 스포츠카 머스탱을 1964년 시장에 처음 출시했다. 출시 당시 포드는 머스탱의 연간 판매량이 10만대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8개월 만에 30만대 이상이 팔리는 기록을 세우며, 미국 스포츠카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머스탱의 독주에 포드의 라이벌 회사 격인 GM은 1966년 카마로를 출시해 대항했다. 1960대 중반 출시된 포드 머스탱과 GM 카마로는 현재까지 생산을 이어오면서 브랜드의 대명사,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카마로의 경우 영화에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포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배기량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환경규제도 충족한 머스탱을 출시하는 등 포니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차 브랜드도 스포츠카 개발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모습이다. 토요타는 GR 수프라를 최근에 출시했으며, 렉서스는 LC와 RC 2종을 지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닛산도 2000년대 초반 350Z를 시작으로 현재 370Z를 생산하고 있으며, 2008년 GT-R을 생산하기 시작해 2020년 지금까지 수차례 개량을 거쳐 브랜드의 기술을 집약한 머신으로 거듭났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의 경우 수익성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브랜드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스포츠카 등을 꾸준히 생산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국산 브랜드도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만 해외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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