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 업계 양대산맥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로봇과 관련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배달앱 업계 양대산맥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로봇과 관련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로봇이다. 다양한 첨단기술을 탑재한 로봇들이 산업 생산현장을 넘어 우리 일상 속에 들어오고 있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달앱 업계에서도 로봇 개발 및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 배달앱 업계의 양대산맥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로봇을 비롯한 로봇 개발 및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잠잠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시대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엔 그럴만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업계를 양분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두 배달앱의 차이를 확인하게 해준다.

◇ 로봇에 박차 가하는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요즘 로봇 관련 사업으로 분주하다. 수년 전부터 자체 개발해온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시범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2월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에 음식 배달로봇을 설치·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 배달로봇은 아파트 공동출입문에서 배달원으로부터 음식을 받아 주문자의 현관 앞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해 탑승하고, 최적의 경로로 이동한다. 설정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음식을 꺼낼 수 있기 때문에 ‘배달사고’ 위험도 적다.

이 같은 배달로봇은 배달하는 쪽과 배달받는 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준다. 배달하는 쪽에선 배달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이는 배달원들의 수익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배달받는 쪽에선 보안문제와 관련해 걱정을 덜 수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엔 감염 예방을 위한 ‘언택트’ 효과도 더해진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배달로봇을 시범운영해 좋은 성과를 남긴 바 있다. 지난해 10월엔 ‘포레나 영등포’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방식의 배달로봇을 본사에 배치해 운영했고, 지난 5월엔 본사 내 카페에서 사무실 자리 및 회의실까지 음료와 간식을 배달해주는 배달로봇도 운영했다.

실내 뿐 아니다. 지난해 11월~12월엔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를 무대로 ‘캠퍼스 배달로봇’ 시범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의 로봇활용법은 배달부문에서 그치지 않는다. 식당 내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서빙로봇은 이미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여 프로그램이 본격 시작됐으며, 올 연말까지 200개 매장에 300대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미국 UCLA 산하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와 함께 요리로봇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이러한 행보는 요리로봇이 만든 음식을 서빙로봇 및 배달로봇이 주문자에게 가져다주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를 위해 로봇 전담부서를 별도로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 및 연구소와 협업도 이어가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다.

◇ 거대 글로벌기업에 뿌리 둔 요기요, “지금은 본업에 집중”

반면,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로봇과 관련된 움직임이 전혀 없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같은 배달앱 업계인 만큼 다양한 서비스 및 사업 확장에 있어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는데, 유독 로봇과 관련해서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배달앱의 확연히 다른 ‘태생적 배경’이 근본적인 배경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독자적으로 설립돼 성장해온 스타트업 기업이다. 우아한형제들이 그리는 ‘큰 그림’은 단순히 배달앱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및 기술 실현을 위한 도전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도전과 성과는 우아한형제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투자를 유치하는 핵심요인으로 이어진다. 도전을 통한 생존과 성장이란 선순환이 우아한형제들의 주동력인 셈이다.

이와 달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글로벌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반적인 운영 방침은 본사 차원의 흐름을 따르고, 자체적인 도전보단 배달앱 사업 본연에 더 집중한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 본사는 지속경영가능 부문과 환경적인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중점을 두는 분야가 서로 다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은 로봇이 우리사회 및 업계에 본격적으로 적용돼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발맞출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 40개국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대규모 글로벌기업인 만큼 해당 기술을 가진 기업과의 협업은 물론, 인수합병을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배달로봇 등의 개발 및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배달앱 업계만이 아니라 유통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곧장 해당 기술을 확보 및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먼저 도입해 해외로 확대해 나갈 수도 있고,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를 국내에 도입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본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우아한형제들에서 개발한 로봇이 향후 요기요에 적용될 가능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 인수·합병을 결정했을 것이고, 여기엔 로봇과 관련된 행보 역시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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