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에 희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과 북미 TV시장이 회복하면서 TV패널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2020에 전시된 LG디스플레이의 OLED TV의 모습./ 뉴시스·AP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유례없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2분기까지 수요 둔화를 보이고 있던 TV 패널의 수요와 가격이 증가했으며, 아이폰12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OLED패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 TV패널 가격 10%↑… TV시장 회복으로 패널 주문 급증 영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8일 발표에 따르면 7월 들어 TV 패널 가격이 예상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 디스플레이 연구부는 75인치 패널을 제외한 모든 크기의 패널 가격이 7월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32·55인치 TV 패널 가격은 8∼10%, 43·50·65인치 패널은 6∼8%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부는 이번 TV패널 가격 상승은 시장 수요가 예상 밖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몇 달 사이에 TV패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보기 힘든 수요 강세”라며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2분기 판매량이 부진했으나, TV패널 시장 수요가 빠르게 반등해 이번 달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LCD TV패널 가격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저가 제품 물량 공세로 인해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LCD TV패널 가격은 지난 2017년부터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 3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LCD TV패널 가격 개선 요인으로 한국의 대형 LCD TV패널 메이커들의 공급 감소와 중국, 북미 TV시장 수요 회복세를 꼽았다. LCD시장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삼성 디스플레이, LG 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축소함에 따라 생산 물량이 적어지는 상태에서 글로벌 TV 수요가 회복함에 따라 물량이 적어진 LCD TV패널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전망에 따르면 한국·중국 등 주요 TV업체들의 TV패널 주문량은 3분기(7~9월) 4,580만대로 예상됐다. 이는 2분기 (3,830만대) 대비 20% 가량 급증한 수치다. 국가별로는 한국 TV업체는 30%,  중국 TV업체는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중국 TV업체들이 일제히 TV패널 구매 계획을 상향 조정하면서 예상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다.

김수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패널 메이커들의 LCD TV패널 생산 감소에 따른 공급 감소로 LCD TV 패널 가격 큰 폭 상승했다”며 “5월부터 중국, 6월부터 북미 TV 수요 회복도 시작돼 패널 가격 상승폭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수현 연구원은 중국 LCD CAPA(생산능력) 증가를 고려하면 6개월 이상 장기 패널 가격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TV패널 가격 상승이 패널 공급 업체, 소재·부품 등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면에서 TV패널이 큰 영향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9.87%) △실리콘웍스(7.70%) △아이씨디(7.19%) △AP시스템(3.53%) △에스에프에이(2.73%) △덕산네오룩스(0.99%)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주가도 최근 상승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종 내 주요 종목들은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LCD 패널 가격의 상승 추세 지속과 패널 업체들의 OLED라인 가동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디스플레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하반기 TV성수기와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12’도 삼성 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호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2 시리즈의 전체 OLED패널 물량 7,500만개 중 5,500만개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나머지 2,000만개는 LG디스플레이에서 납품받을 계획이다. 사진은 유출된 아이폰 12의 모습./ Phonearena

◇ 디스플레이, TV성수기와 아이폰12로 하반기 ‘흑자’ 전환 기대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적자를 면치 못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TV구매율이 높아지는 여름철 성수기 효과에 TV패널 가격 상승과 힘입어 하반기에는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형 TV용 OLED패널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는 TV패널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12’도 삼성 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호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자체 제작 기술이 아직 없는 애플은 삼성 디스플레이와 LG 디스플레이에게 물량을 납품받고 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2 시리즈의 전체 OLED패널 물량 7,500만개 중 5,500만개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나머지 2,000만개는 LG디스플레이에서 납품받을 계획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애플의 OLED공급처로 선정되지 못한 것도 국내 업체들에겐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BOE는 원래 아이폰12맥스에 사용될 OLED패널을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애플은 BOE가 자사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LG디스플레이를 아이폰12 맥스의 OLED패널 독점공급자로 선정했다. 

김광진 연구원은 “아이폰 12 시리즈용 OLED패널 생산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시장 진입이 무산됐다”며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양사의 OLED라인 가동률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12 시리즈 외에도 자사의 갤럭시노트20 시리즈, 갤럭시폴드2, 갤럭시Z플립 5G 등 다수의 전략모델용 패널까지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기에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팹 정상화와 E6(파주 6세대 팹)의 가동률 상승으로 OLED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