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토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토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에서 ‘부동산 이슈’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일각에서 ‘토지공개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궁극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 이재명, ‘기본소득토지세’ 주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9일 ‘기본소득토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집값 폭등을 포함한 부동산 문제는 토지의 유한성에 기초한 불로소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불로소득은 없앨 수도 없고, 없앨 이유도 없다”라며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이 있으니 조세로 환수해 고루 혜택을 누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현재 부동산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문제는 과잉유동성, 정책 왜곡 및 신뢰 상실, 투기목적 사재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및 거래 규제 등 조치는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다.

그는 부동산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되 이익을 부동산세로 최대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저항을 막기 위해서는 거둬들인 세입을 기본소득의 형태로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증세가 이익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 부동산 정책 실패에 다시 수면위로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를 인정하되 공적 성격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토지의 사적 이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제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서는 ‘토지공개념’을 줄곧 주장해왔다. 지난 2018년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이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같은 해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토지보유세’ 도입을 언급하며 토지공개념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4‧15 총선 당시도 토지공개념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용선 의원 등을 중심으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총선 직후에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산적한 현안에 가려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최근 6‧17 부동산 대책이 촉발한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대체할 더 적극적인 방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철학이 부족해서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정의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철학이 부족해서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 정의당, ‘보유세’에 토지공개념 담아

정의당 역시 이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철학의 부재라는 점을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부동산 정책간담회에서 “토지공개념 그리고 공공재로서의 주택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토지공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유세가 시장 친화적으로 토지공개념을 가장 잘 제도화한 것이라는 평가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토지라는 것은 계속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한정적 차원이기에 그 자체로 공유재”라며 “이러한 토지를 개인이 보유하고 갖고만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만히 보유하고 있는데도 수익이 나는 것은 공적으로 환수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투기억제 차원이 아니고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운영하기 위해 취지에 맞게 정상화돼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과도한 지대이익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이 추진하겠다는 부동산 정책에도 이러한 철학이 녹아있다. 심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종부세 개정안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전면 공개 ▲토지임대부분양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정책 등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민간에게 판매하는 ‘토지임대부분양주택’과 그렇게 매입한 건물을 공공에 되팔아 과도한 시세차익을 억제하겠다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에서 그 의도가 잘 드러난다. 박 의장은 “포괄적 범위에서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공급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향후 정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계기로 토지공개념이 급물살을 탄다면 재차 개헌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에서는 토지공개념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크다. 앞서 토지공개념 명문화를 추진했던 개헌안도 미래통합당의 강력한 저항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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