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논란을 계기로 성범죄 재발 방지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논란을 계기로 성범죄 재발 방지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논란으로 정치권이 대책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권력형 성범죄의 재발을 막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국회에서 이러한 ‘미투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정치권, ′성범죄′ 관련 법안 발의

14일 정치권에서는 고(故) 박 시장으로부터 촉발된 성범죄 법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정재 미래통합당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는 지난 안희정, 오거돈의 권력형 성범죄 때도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이 사건이 유야무야 된다면 권력형 성범죄는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통합당은 일명 ‘박원순 진상규명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에 나섰다. 대표 발의자인 양금희 통합당 의원은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성폭력‧성희롱 2차 피해 방지법’ 제정을 시급히 촉구한다”며 “법 제정을 통해 2차 피해를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정의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도 전날(13일) ‘성폭력 2차 가해 가중처벌’ 법안을 발의했다.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2차 가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사후 진상규명′·′2차 피해 방지′ 초점

양금희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통합당 여가위 소속 의원들이 공동발의하는 ‘진상규명법’은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고소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고(故) 박 시장 사건의 경우도 같은 처분으로 끝이 났다. 

개정안은 이같은 사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중이 실렸다.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가 사망한다 하더라도 검사가 고소 사실에 대해 조사하고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도록 규정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법′을 언급한 정의당 역시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해 법안 마련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내용은 고심 중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오늘 처음 말한 것이라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미투 법안′은 쏟아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뉴시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미투 법안′은 쏟아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뉴시스

◇ 20대 국회 문턱 못넘은 ‘미투 법안’

정치권이 법안 마련에 발 벗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미투 법안’이 쏟아졌지만, 정작 제대로 법제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 미투 관련 법안이었던 ‘비동의 간음죄’는 여전히 논란이다. 지난 2018년 미투 운동 직후 여야를 막론하고 이와 관련된 법안이 쏟아졌다. 폭행·협박 등이 있어야 강간죄가 성립되는 현행법상으로는 상급자 등 권위에 의한 성범죄를 차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피해자가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처벌 범위와 악용 우려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관련 법안은 모두 폐기됐다.

미투로 촉발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법안도 같은 신세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법’과 ‘무고죄 유보 법안’ 등이 그 예다. 명예훼손 법안은 지난 2018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고죄 유보’는 지난 2016년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법안들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발의한 법안 또한 한 번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지난해 이 의장은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가 된 바 있다. 관심에서 밀려나면 처리 되지 않는 정치권의 특성상,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 역시 똑같은 수순을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법안 마련 이외에도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에서는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등을 언급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당과 서울시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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