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급작스럽게 사망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정치인 테마주가 들썩거렸다. /뉴시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급작스럽게 사망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정치인 테마주가 들썩거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커다란 충격과 논란을 남긴 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주식시장은 ‘씁쓸한 본능’을 발현하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 사망하자 다른 ‘정치인 테마주’들이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 박원순 시장 사망에 들썩거린 주가

박원순 시장이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발광 다이오드 제조업체 써니전자의 주가는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했다. 4월 중순 이후 2,000원대 후반~3,000원대 초중반을 오가던 주가가 4,370원까지 치솟았다. 전일 종가 대비 28%가량 상승한 수치였다.

같은 날 정보보안업체 안랩의 주가도 전일 대비 최대 17% 이상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고, 10%의 상승세를 유지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는 3월 하순 이후 최대 등락폭이었다.

‘안철수 테마주’로 유명한 써니전자와 안랩은 이날 주가가 급등할만한 다른 요인이 없었다. 업종과 상황이 전혀 다른 두 기업의 주가 급등을 이끈 것은 고 박원순 시장의 사망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공석이 된 서울시장 자리의 유력 차기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과거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통해 고 박원순 시장에게 출마를 양보한 바 있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해 고 박원순 시장과 맞붙기도 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사망에 따른 주식시장의 반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류제조업체 보해양조의 주가 역시 지난 10일 장중 한때 27.5% 급등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도 장중 한때 25.5% 급등했다. 보해양조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사외이사를 지낸 곳으로, 그의 테마주로 꼽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테마주로 꼽히는 에이텍의 주가 역시 지난 14일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 기업들도 업종이 서로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주가가 오를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고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자 또 다른 여권 대권주자들의 테마주가 들썩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해당 정치인의 행보와 테마주로 꼽히는 기업 사이의 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애초에 테마주로 꼽히는 배경 자체가 학연·지연 등에 그치는 일이 많고, 사실상 무관한 기업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해당 정치인이 성공한다 해도 테마주로 꼽히는 기업이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주가 상승 요인의 실체가 불분명한 셈이다.

주가 흐름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 이번에 급등한 정치인 테마주 역시 돌연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상승세가 끊기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이번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정치인 테마주는 워낙 변수가 다양하고 실체가 불분명해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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