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 아닌 ‘피해자’로 지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 아닌 ‘피해자’로 지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 아닌 ‘피해자’로 명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고수하며 비판을 받자 정의당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며 여권과 선을 긋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15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사건 피해 여성을 향해 “피해자로 직접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조 대변인은 “피해자는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시점을 특정하고 증거들도 일부 제시된 점을 종합해 볼 때 ‘피해자’라는 표현으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서는 일제히 피해 여성을 향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공식 사과를 하면서도 “피해 호소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표현했다. 

비단 국회만이 아니다. 청와대와 서울시 등도 피해자라는 단어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여권이 피해자가 말하는 내용을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역시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을 혼용해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일 고(故) 박 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피해 호소인 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지난 14일 상무위원회에서는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자’에 대한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이라며 두 단어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의당은 입장 정리에 나섰다.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 의사를 강조하는 한편, 여권이 고수하는 단어 사용을 피하면서 ‘민주당 2중대’ 비판을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의당 여성본부는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이 사건에 대한 ▲서울시 진상조사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여성가족부의 피해자 보호와 지원 ▲경찰의 고소사실 유포 경위와 책임 조사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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