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치인을 보면 혐오하면서도 선망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높은 세계에 있는 별개의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연예인처럼 사람들의 시선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 덫에 빠지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권력의 맛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시사위크>는 정치인들이 빠지기 쉬운 수많은 덫과 향후 정치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치(政治).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을 뜻한다. 그렇다면 정치인이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하는 사람인 셈이다. 

우리는 늘 정치인을 TV, 신문, 인터넷 등에서 접하며 ‘구름 위의 높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국민의 정치 혐오와 별개로 정치인을 ‘나랏님’으로 여기는 정서는 여전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지자체장 등을 보면 ‘별세계’ 사람으로 느끼며 내심 그 생활을 선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는 ‘정치인’이라는 존재

우리는 연예인들을 매일같이 매체에서 접하지만, 뉴스를 접할 경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들은 정치인이다. 정치인들도 연예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는 존재인 셈이다.

“정치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내가 어항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당선되자마자 ‘나는 어항 속에 살고 있다’, ‘누구든 지나가는 손님이 항상 보는 어항 속에 투명하게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 도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5 총선을 치른 후에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선자에게 당부한 말이다. 그만큼 지켜보는 눈이 많으므로, 정치인들은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본지는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주변에서 건네는 눈 먼 돈, 그리고 자신의 말 등으로 인해 몰락한 정치인들의 사례를 알아보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의 덫으로는 성추문을 들 수 있다. 사진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모습. /뉴시스
정치인의 몰락을 불러오는 덫으로는 성추문을 들 수 있다. 사진은 안희정(좌)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모습. /뉴시스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의 덫으로는 성추문을 들 수 있다. 지난 2018년 3월 정치권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으로 한차례 혼란을 빚었다.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안 전 지사의 사건은 당시 그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도 큰 충격을 줬으며, 여당은 위력에 의한 성범죄 근절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 체계화, 당 조직 문화 변화를 약속한 바 있었다. 

피해자 김지은 씨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충남지사 정무비서와 수행비서를 지낸 김씨를 8개월에 걸쳐 성폭행 및 성추행을 했다. 이에 안 전 지사는 충남지사직을 사임하고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영구 제명됐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안 전 지사와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2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현재 안 전 지사는 정치적 생명이 끊겼고, 실형을 살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 23일 여성 보좌진과 면담 중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사과와 동시에 부산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이 고령인데다, 범행 내용을 인정하는 등으로 인해 정치적 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있었다. 박 전 시장은 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으로 성추행이 불법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린 바 있다. 이런 일을 했던 박 전 시장이 지난 8일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박 전 시장은 3선 서울시장 출신의 대권주자였지만, 대중의 지탄과 법적 심판을 받기 전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위직의 성추문은 대부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인 경우가 잦다. 특히 앞서 거론된 사례들은 광역지자체장의 성추문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지자체 행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지자체장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돼버렸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에 지방권력 견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과 정태옥 전 의원. /뉴시스
설화로 몰락을 불러온 이들도 있다. 차명진 전 의원(좌) 세월호 유족과 관련된 막말로 인해 제명과 낙선을 맛봤고, 정태옥 전 의원은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뉴시스

◇ 뇌물과 막말, 정치인이 걸리기 쉬운 덫

정치인은 주변에서 건네는 ‘선물’도 조심해야 한다. 뇌물 등으로 인해 몰락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04년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1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같은 해 박태영 전 전남지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해 유명을 달리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박기춘 전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제20대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과 함께 탈당했다. 결국 같은해 8월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으며 2016년 7월 징역 1년4개월, 2억7,800만원 추징이 확정됐다.

2014년에는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던 김재윤 전 국회의원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으로부터 예전 교명이던 ‘직업’이라는 단어를 ‘실용’으로 바꿀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그 대가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김 전 의원은 결국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자신의 ‘입’으로 몰락한 정치인도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4·15 총선 부천시 병 후보로 나선 차명진 전 의원이 있다. 차 전 의원은 토론회와 SNS에서 비속어가 섞인 세월호 관련 망언을 했다. 

통합당은 지도부 직권으로 차 전 의원을 제명하는 중징계를 결정해 후보 등록이 무효가 됐지만,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후보직은 유지됐다. 이 발언으로 인해 통합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고, 결과적으로 통합당의 총선 참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전 의원도 민주당 소속 후보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정태옥 전 의원은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6월 7일, 정 전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변인으로 수도권 판세 분석 방송에 출연했다. 

정 전 의원은 같은당 소속 유정복 당시 인천시장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가고, 살기 더 어려워지면 인천 간다’라고 말했다가 ‘망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지방선거는 한국당에 불리한 판세였는데, 정 전 의원이 ‘확인사살’을 했다는 비아냥도 나올 정도였다. 

결국 정 전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해서 무소속으로 지냈지만, 7개월 뒤인 지난해 1월 복당했다. 그러나 4·15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 되며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갑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강용석 전 의원도 설화(舌禍)에 휩싸인 바 있다. 2010년 7월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 비하 및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했다. 강 전 의원의 이 발언은 논란을 빚었고, 국회의원 제명 투표까지 갔지만 부결됐다. 다만 강 전 의원은 당시 소속 정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제명됐고, 2012년 19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 정계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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