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디지털 뉴딜 사업 추진으로 9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디지털 전환 사회가 도래하면 기존의 일자리들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취업 시장이 유래 없는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감소세는 4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으며 실업률은 전년보다 0.3%p오른 4.3%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일자리 확보 대책을 마련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정책 역시 새로운 일자리 확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번 디지털 뉴딜 사업에 오는 2025년까지 58조2,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90만3,000개를 만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기존의 일자리들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연 디지털 뉴딜 사업 이후, 그리고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디지털 전환’ 사회가 완전히 정착하게 된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 ‘단순하고 반복적인’ 직종 사라질 위험↑ 

전문가들은 디지털 뉴딜 사업의 기반인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면 일자리 시장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ICT기술의 진보가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며, 신제품 개발을 통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총량적으로는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계화·자동화 또는 디지털화로 대체되면 일자리가 줄어들어 대량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부정적 의견을 보이는 양측 전문가 모두 동의하는 것은 로봇과 AI 등으로 ‘기술 대체’ 되면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사라질 위험에 처한 직업군은 어떤 것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은 저숙련의 정형화된 업무는 디지털화나 자동화, 로봇 등의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반면 연구개발, 공정관리 등 인간의 정서적 판단, 불규칙적인 사건·사고에 유연한 대처능력이 필요한 업무는 기술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뉴시스AP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18년 ‘4차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된 미래에는 단순조립, 단순노동, 계산 및 출납, 창고 관리 등 저숙련의 정형화된 업무는 디지털화나 자동화, 로봇 등의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동일 사업장 내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종사자가 많다면 기계화와 자동화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클 것이므로 기술 대체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률사무, 회계사무, 통번역, 임상병리, 영상의학분석 등 고숙련 업무지만 정형화된 업무도 향후 AI와 빅데이터가 발달한다면 기술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일자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일자리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반면 연구개발, 공정관리, 설비 유지보수, 의사, 판사·검사 등 고숙련 비정형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은 기술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해당 업무는 인간의 정서적 판단, 불규칙적인 사건·사고에 유연한 대처능력,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 등 고도의 수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와 빅데이터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육가공, 간병, 육아 등 저숙련 직무이지만 업무가 비정형적인 업무도 기술 대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무는 비정형적인데다가 사람의 정교한 손길 또는 감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이나 자동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상진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물건을 나르고 드는 등의 단순한 작업은 기계나 로봇에게 맡기는 시대가 왔다”며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할지 더 고민하는 고차원적인 일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의 기술 대체는 고령층 일자리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저숙련의 정형화된 업무’라는 점 때문이다. 사진은 장·노년층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는 모습./ 뉴시스

◇ 고령화 일자리 대책도 필요 

다만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령층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저숙련의 정형화된 업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파이터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화와 고령층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5세 이상 고령층 업무자 46.7%가 로봇, AI로 대체하기 쉬운 반복적 육체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화가 어려운 교육 종사자, 미용사, 사회복지사, 간병인 등 대인 서비스의 경우 22.1%만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터치연구원 유한나 선임연구원은 “고령층의 특성을 반영한 비반복적인 육체 분야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와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과 홍보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고령층 일자리 정보시스템에 대한 통합과 적극적인 홍보도 절실하다”고 전했다.

디지털 뉴딜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중심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역시 미래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디지털 뉴딜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며 많은 대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일자리 구조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교육, 평생교육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16일 해명자료를 통해 “앞으로 무인화·자동화가 진행되면 일부 일자리는 사라질 수 있다”며 “그것은 디지털 뉴딜이 아니어도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일어나게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직종이 있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을 적극 추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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