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문화와 5G통신 상용화로 ‘디지털 전환 시대’로의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XR(확장현실)분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도 VR과 AR이 미래 IT시장에서 단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픽사베이, 그래픽=시사위크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그저 ‘언젠간 오겠지’라고 생각해왔던 ‘디지털 전환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이동통신 ‘5G’의 본격적인 상용화와 더불어 세계적 재난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역설적으로 ‘언택트(비대면) 사회’의 도래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 분야로 손꼽히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XR(확장현실)분야는 ‘신(新) IT’ 산업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도 VR과 AR이 미래 IT시장에서 단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VR·AR시장, 오는 2024년 650억달러 규모 성장 예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20일 개최한 ‘제1회 VR·AR 글로벌 비대면 컨퍼런스 2020’ 비대면 웨비나를 개최했다.

김훈배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회장은 “비대면 기술의 핵심 요소인 VR, AR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 콘퍼런스를 개최했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높은 품질의 VR·AR 기술 융합 사례 및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산업계에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VR·AR이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산업계와 정부가 적용 시나리오 및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 우리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전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 설립자 팀 머렐 대표는 VR·AR시장이 오는 2024년 650억달러 (한화 약 7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팀 머렐 대표는 향후 2년 동안은 탄탄한 스타트업들의 수익 창출에 신경써야할 시기로 경비 지출 속도를 관리하고 기존의 VC투자보다는 매출에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봤다./ 웨비나 캡처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 설립자 팀 머렐 대표는 VR·AR시장이 오는 2024년 650억달러(한화 약 7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AR분야가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팀 머렐 대표는 AR시장이 오는 2024년까지 약 600억달러(한화 약 7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VR분야의 경우 AR분야보다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오는 2024년까지 약 60억달러(한화 7조2,000억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머렐 대표는 “지난 몇 년간 VR·AR시장의 투자가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 규모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언택트 시대가 활성화되는 현재 상황에서 VR·AR분야의 실제 투자가치는 분기당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올해와 내년의 VR·AR 시장 성장 속도에 대해서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로 인해 VR·AR 시장 역시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팀 머렐 대표는 “VR·AR시장의 성장 속도가 느리긴 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VR·AR뿐만 아니라 모든 초기 기술산업이 겪는 문제”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팀 머렐 대표는 “지금은 코로나19로 전세계 모든 산업 분야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며 “VR·AR산업계 역시 마찬가지지만 결코 암울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년 동안은 탄탄한 스타트업들의 수익 창출에 신경써야할 시기로 경비 지출 속도를 관리하고 기존의 VC투자보다는 매출에 주력해야할 것”이라며 “스타트업들은 더 큰 기업들과의 협력을 구축하면서 내실화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수원대학교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학과 이혁수 교수는 VR기술이 쇼핑에 도입된다면 다양한 콘텐츠와 크리에이션 기반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제품 시연 등 실감나는 체험을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향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VR마켓 시연 모습./ 웨비나 캡처

◇ “쇼핑부터 산업까지”… 업계, “VR·AR,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될 것”

그렇다면 IT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VR·AR 기술을 활용한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유통 분야에서 미래 VR·AR기술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VR기술은 일반인들의 쇼핑 생활 모습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 거리에 있는 매장, 백화점까지 가지 않고 집 안에서 VR 디바이스를 이용해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이케아, 알리바바, 이베이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은 이미 VR매장을 운영 중이며, 국내에서도 현대백화점이 VR스토어를 선보였다.

수원대학교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학과 이혁수 교수는 “VR기술이 쇼핑에 도입된다면 다양한 콘텐츠와 크리에이션 기반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제품 시연 등 실감나는 체험을 집에서도 할 수 있다”며 “온라인 매장의 강점을 보유함과 동시에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VR매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으로 ‘스마트 팩토리’로 변모하고 있는 미래 공장 등 제조 분야에서는 AR이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작업현장에 이미지 및 영상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AR기술은 기계 설비 수리, 점검 등의 영역에서 작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공장 등 제조 분야에서는 실제 작업현장에 이미지 및 영상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AR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산업용 AR전문기업 버넥트에서 개발한 AR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한 모습./ 웨비나 캡처
미래 공장 등 제조 분야에서는 실제 작업현장에 이미지 및 영상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AR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산업용 AR전문기업 버넥트에서 개발한 AR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한 모습./ 웨비나 캡처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은 미래 제조업에 도입될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로 AR을 꼽았다. 또한 앞으로 5년 내에 제조업의 AR 도입률이 지금보다 20% 이상 증가한 3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R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맥스트 박재완 대표는 “점차 자동화·전문화된 설비의 도입이 본격화될수록 작업자가 관리해야할 영역은 넓어지고 전문설비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AR기술은 작업자들이 복잡해진 작업 절차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작업 대상에 직접 데이터를 가시화함으로써 이동 시간 절감 및 작업 준수, 즉각적인 문제 대응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AR전문기업 버넥트 하태진 대표도 “산업현장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현장이 많다”며 “아날로그 정보의 디지털화를 통해 만들어진 정보를 현장에서 필요할 때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 AR기술이며, 작업 현장에서 어떤 위치가 위험한지 등에 대한 안전 정보를 증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IT업계 관계자들은 국방. 교육. 의료 및 복지 분야에서도 VR·AR기술이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방 분야의 경우, 군인들의 안전은 보장하면서 현실과 거의 차이없는 훈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김창용 원장은 “VR·AR은 현실의 경험을 디지털 세상으로 확장하고 언택트 방식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쇼핑, 교육, 제조, 의료 국방과 가은 분야에서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서비스를 혁신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VR·AR은 5G, 인공지능(AI)와 같은 새로운 IT기술과 융합을 통해 세계 GDP를 1조5,000억달러 이상 추가 성장시킬 것”이라며 “향후 2,300만개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언택트 시대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 교육. 의료 및 복지 분야에서도 VR·AR기술이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방 분야의 경우, 낙하 훈련 등에서 군인들의 안전은 보장하면서 현실과 거의 차이없는 훈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에이스카이에서 개발한 VR 낙하시뮬레이션 시연 모습./ 웨비나 캡처

◇ VR·AR분야 ‘스낵형 콘텐츠’의 발굴·육성 필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데이비드 크럼 교수는 VR·AR 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비드 크럼 교수는 화상회의에 VR·AR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도입으로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앱(App)에 VR·AR기술을 접목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다만 아직까지 VR·AR을 활용한 화상회의는 노이즈, 소음 등의 문제로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크럼 교수는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VR·AR기술을 활용해 재택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동료, 친구, (떨어져 있는)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다”며 “협업 성격의 VR기술은 복잡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맞이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에는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며 “VR·AR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이 함께 협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VR·AR기술의 활성화를 위해선 일반 소비자들의 영역인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김정현 교수는 전문적인 콘텐츠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라이트 실감형 콘텐츠’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진은 지난해 10월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KT 부스에서 VR게임을 체험하는 모습./ 뉴시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김정현 교수도 “그동안 VR·AR기술은 산업 영역 등 특정 분야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소비자 레벨에서는 접근이 힘들었다”며 “최근 일반 소비자들의 영역에서도 VR·AR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부쩍 늘고 있으나 여전히 진입장벽은 높다”고 말했다.

김정현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높은 기술적 과제가 필요한 ‘몰입감 향상’보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이용이 가능한 ‘사용성 개선’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어렵고 전문적인 콘텐츠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라이트 실감형 콘텐츠’의 발굴도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김정현 교수는 “그동안 대중화에 실패했던 VR·AR분야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사회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소비자들을 이끄는 유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중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VR·AR분야 ‘스낵형 콘텐츠’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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