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간의 차기 대선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간의 차기 대선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차기 대권 구도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인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강 구도가 형성된 모습이다.

이 지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났고, 이후 지지율도 상승하면서 이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7일 조사해 20일 공개한 7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이낙연 의원이 23.3%로 1위에 올랐고 이재명 지사는 18.7%로 2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4.3%를 기록하며 3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전달 조사에서 30.8%였던 이낙연 의원은 20%대로 하락했고, 전달 15.6%였던 이재명 지사는 3%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양자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윤석열 총장에 뒤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9%),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5.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8%), 오세훈 전 서울시장(4.7%) 등의 순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처럼 차기 대권구도가 이낙연 의원 1강 구도에서 ‘이낙연 대 이재명’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양측은 향후 당심과 민심을 잡기 위해 치열한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안정감’ 이낙연 vs ‘역동성’ 이재명 

이 의원과 이 지사는 차별점이 분명하다. 이 의원은 호남 명문인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 전남도지사와 5선 정치인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이 지사는 소년공으로 지내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주경야독’으로 통과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소년공 시절 팔에 장애를 얻기도 했다.

지역적으로는 이 의원은 전남 영광군, 이 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남 대망론’과 ‘TK(대구‧경북) 대망론’이 맞붙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이 의원은 ‘안정감’을, 이 지사는 ‘역동성’을 강점으로 자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 사람 모두 친문(친문재인)의 낙점을 받아야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비문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은 친문 '적자' 대선후보가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아직 민주당 대선주자로 특정인을 낙점하지 않고 관망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친문도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이재명 카드’를 안고 가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지만 강성 친문에게 거부감이 강한 이 지사보다 이낙연 의원을 더 선호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날선 공격을 가하면서 친문 세력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또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친문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경쟁하면서 또다시 친문 세력과 갈등을 표출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이 의원이 이 지사에게 지지율 역전을 허용할 경우 관망 중이던 친문이 이 지사를 이길 수 있는 친문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21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향후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지지율이 박빙이 된다거나 역전이 된다면 친문 입장에서는 이 의원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친문이 이 지사를 이길 수 있는 친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유시민 전 의원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이 대세론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나친 신중 행보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 지사의 경우에는 정치적 기반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 지지층을 확대해야 이 의원을 역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지난 20일 YTN에 출연해 “이낙연 의원의 정치 행보가 이재명 지사가 보여주는 행보에 비해서 현안에 대응이 좀 늦었다, 이렇게 저는 받아들인다”며 “이 의원이 지금 위협을 느낀다면 자기의 포지셔닝을 다시 구축을 해야 된다. 보다 더 자기 목소리를 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이재명 지사가 현재는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만 강세를 나타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 지사가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도층과 자신의 고향인 TK, 또 서울에서 약진을 해야 이낙연 의원을 역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친문의 향후 움직임이 변수

이런 가운데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는 양강 구도로 재편되자마자 서로 각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과 친분이) 거의 없다. 살아온 삶의 과정이 너무 달라서 깊이 교류할 기회나 뵐 일이 없었다”며 “그 분은 엘리트 대학 출신이고 기자 하시다가 발탁돼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잘 하신 분이다. 저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 시장을 한 게 다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싸움 붙이려 하지 말라”면서도 “당시에는 다 어렵게 살았다.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과 이 지사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도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등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 그러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민주당 후보를 낼지 여부와 관련해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텐데 그걸 몇개월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우는 게 왜 필요한가”라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당내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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