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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더 뉴 SM6가 흥행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된다. / 르노삼성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가 지난 15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친 더 뉴 SM6를 공개해 국내 세단 시장에서 부흥을 꾀했다. 이번 더 뉴 SM6는 파워트레인을 1.3ℓ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TCe260)과 1.8ℓ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TCe300)으로 구성했다.

이 중 눈에 띈 부분은 1.3ℓ터보 모델이다. 중형차임에도 엔진 사이즈가 1,300cc에 불과해서다. 중형세단에 이 정도로 작은 엔진이 올라간 모델은 앞서 출시된 쉐보레 말리부(1.35ℓ터보)가 있다. 말리부 1.35ℓ터보 모델이 출시된 당시, 일각에서는 중형차에 1.35ℓ급 엔진은 적합하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된 르노삼성 더 뉴 SM6는 말리부보다 배기량이 조금 더 작다. 다만 차이점은 말리부는 3기통이지만, 더 뉴 SM6는 4기통이라는 점이다.

더 뉴 SM6에 1.3ℓ터보 엔진이 탑재되는 게 알려지자 또 다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르노삼성의 다운사이징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중형차=2.0ℓ’일 필요는 없다. 효율과 성능 모두 잡을 수 있으면 된다”라는 주장을 하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일각에서는 “엔진 다운사이징을 해도 너무 과하게 했다”며 의견이 충돌했다.

일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에 르노삼성 측 관계자는 “1.3ℓ급 엔진이 작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르노는 포뮬러 원(F1) 모터스포츠에서 엔진 기술력을 수십년 간 축적했으며, 다운사이징 기술력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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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는 자사 F1 엔진을 레드불레이싱 F1 팀에 공급했다. 레드불레이싱은 그간 르노 엔진을 사용한 머신과 드라이버 역량으로 2010년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했다. / 레드불레이싱

◇ 르노, F1 팀에 엔진공급… 르노 엔진 사용 팀, 상위권 다수 기록

F1 머신에 탑재되는 엔진은 현재 1.6ℓ급이며, 현재 F1 참가팀에 엔진을 공급하는 엔진 제조사는 △페라리 △메르세데스 △르노 △혼다 4곳만이 존재한다.

이들 중 르노는 F1 엔진을 개발해 1977년, 레이스에 직접 참가했다. 최초 성적은 중위권으로 시작했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순위를 끌어올려 1983년에는 컨스트럭터(팀·제작자) 2위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1983년의 르노는 ‘로터스’ 팀에 엔진 공급을 시작으로 리기, 티렐 등 다른 F1 팀에도 엔진 공급을 늘려나갔다. 르노는 1986년 F1 팀을 매각하고 엔진 공급에만 집중했다.

1989년에는 윌리엄스 팀이 르노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윌리엄스 팀은 르노 엔진을 사용한 첫 해 컨스트럭터 2위를 기록,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달리다 1992∼1994년까지 3년 연속 컨스트럭터 타이틀(1위)을 거머쥐었다.

1995년에는 ‘베네통’ 팀도 르노 엔진을 공급 받아 F1에 참가했다. 당시 컨스트럭터 1위는 ‘베네통 르노’, 2위는 ‘윌리엄스 르노’가 차지해 르노 엔진을 공급받은 두 팀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1996년과 1997년 시즌에도 르노 엔진을 공급받은 윌리엄스 르노와 베네통 르노가 각각 컨스트럭터 1위와 3위를 연달아 달성했다. 르노 엔진을 공급받은 F1 팀이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모습이다.

이후 르노는 한동안 F1 팀에 엔진공급을 멈췄는데, 2001년 ‘베네통’을 인수해 F1에 컴백했고 2002년 공식 팀 이름을 르노 F1으로 변경했다.

F1에 복귀한 르노는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 월드 드라이버 타이틀을 거머쥔 페르난도 알론소의 등장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고, 같은 기간 팀은 2년 연속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시 타 팀에 엔진을 다시 공급했다. 2000년대 이후 르노와 가장 먼저 손잡은 F1 팀은 2007년 레드불(Red Bull=레드불레이싱·RBR)이다. 르노 엔진을 공급받은 레드불레이싱은 날아다녔다.

2011년, 르노는 팀 운영이 아닌 다른 팀에 엔진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기 위해, 르노 F1팀을 제니 캐피털에 매각했다. 르노는 엔진의 연구개발을 거듭했으며, 레드불레이싱을 비롯한 여러 F1 팀에 엔진을 공급했다.

레드불레이싱은 르노 엔진을 도입하기 전까지 중위권을 맴돌았으나, 르노와 손잡은 후 2009년 컨스트럭터 2위를 기록하고, 2010∼2013년까지 4년 연속 컨스트럭터 타이틀(1위)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이 기간 레드불레이싱의 드라이버는 세바스찬 베텔로, 2010∼2013년, 4년 연속 월드 챔피언을 기록한 No.1 드라이버로 꼽힌다. 레이스에서는 드라이버의 능력과 미케닉(정비팀), 머신 등 모든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이들의 성과 뒤에는 르노 엔진이 뒷받침 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레드불레이싱 팀 외에도 로터스르노GP, 팀로터스 등도 2010년대 초반 르노의 RS27엔진을 이용해 우수한 성적을 달성했다. 엔진의 성능은 진작에 입증된 셈이다. 2015년부터 르노는 다시 F1 레이스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2016년 로터스 F1팀을 인수해 ‘르노 스포츠 F1’팀으로 F1에 복귀한다.

다수의 팀에서 르노 엔진을 찾았다는 것은 곧 르노의 엔진제조 기술의 우수성과 엔진의 성능·내구성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르노는 지난 2018년까지 레드불레이싱에 엔진을 공급했으며, 그간 레드불레이싱은 2013년 이후 타이틀을 거머쥐진 못했으나 꾸준히 2∼4위 기록을 차지했다. 올해는 맥라렌 F1팀에 엔진을 공급 중이다.

이와 함께 르노는 친환경 자동차 레이스대회 포뮬러E에도 2013년 5월부터 참가하고 있다. 100%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포뮬러E 머신 스파크 르노 SRT_01E(Spark-Renault SRT_01E)를 개발했고 2014년 르노 e.dams팀의 첫번째 우승과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획득했다.

르노가 F1에 복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 르노
르노가 F1에 복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 르노F1

◇ FIA, F1 경기 규제 강화… 1,600cc 배기량 제한, 다운사이징·터보 기술력 입증

F1 경기는 그간 엔진 사이즈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측은 1980년대 중반, 터보엔진을 금지했다. 터보엔진 규제가 없던 당시 보통 6기통 1,500cc 엔진에 터보를 장착해 1,000마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엔진을 개발해 장착했다. 이 때문에 머신의 속도가 너무 빨라 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 엔진 제조사들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FIA 측은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고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엔진에 규제를 뒀다.

1994년, 경기 도중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의 머신이 원인 불명의 고장으로 307㎞/h로 방호벽에 부딪혀 그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FIA는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량을 기존 3,500cc에서 3,000cc로 제한했다.

많은 엔진 공급사는 2004년까지 V12기통 3,000cc 엔진을 제조·공급했다. 이어 FIA는 2005년 엔진 규제를 V10 3,000cc로 하향 조정했으며, 2006년에는 엔진형태와 배기량까지 줄였다. FIA의 규제로 F1 경기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V8기통 2,400cc 자연흡기 엔진만을 사용해 경기를 행했다.

V8기동 2,400cc 엔진을 사용한 이 기간은 르노가 가장 흥했던 시기다.

이후 FIA는 또 한 번 규제를 걸었다. 2014년 FIA는 경기에 사용되는 엔진의 배기량을 1,600cc로 대폭 줄였으며 엔진형태는 V6T(V6 싱글터보)까지 허용했다. 그럼에도 엔진 출력은 700마력을 넘어선다.

르노는 40년 이상 F1 머신에 쓰이는 엔진은 연구개발해 다수의 F1 팀에 공급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며 이 기간 FIA 측의 규제에 맞춰 매번 다운사이징을 행했다. 그러면서 쌓은 기술력은 르노의 재산이며, 현재 르노그룹 차량에 장착되는 엔진을 개발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현재 F1에 이용되는 1.6ℓ급 V6 싱글터보 엔진은 르노의 다운사이징 기술과 터보 기술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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