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색깔론′ 공방에 빠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사상검증’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색깔론’ 공방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틈만 나면 색깔논쟁으로 충돌을 빚어왔던 과거의 모습이 재현되는 상황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색깔론으로 어떻게 정치를 해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야당이 있다면 하루빨리 미몽에서 깨어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 지난 색깔론에 비타협적 투쟁, 집단 이기주의 등 어떻게 보면 우리 시대가 청산하고 극복해야 될 일들이 동시에 한꺼번에 나타나서 아주 힘들고 답답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색깔론 공방은 전날(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불거졌다. 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를 향해 ‘주체사상을 신봉하는가’, ‘전향을 언제했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후보자의 과거 이력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보수 진영은 이에 대해 통일부 장관에 대한 당연한 검증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사상검증”이라며 “그 대상자가 친북활동의 전력이 있었다면 더욱더 그러하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본회의 중 취재진의 질문에 “전대협 의장 출신인데 옛날 전대협이 가지고 있던 강령이나 이런 것을 본인이 신봉하는 지 그게 바뀌었는지 국민을 대신해 물어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서 태 의원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정국은 더욱 시끄러워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논란이 잠자고 있던 ‘대북관’ 트리거를 당겼다는 점에서 거센 갈등이 점쳐진다.

여야가 ‘대북관’을 둘러싸고 이념 논쟁을 펼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한국당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두고 ‘좌편향 교과서’ 공세를 펼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지명 당시에도 보수 진영은 그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이력을 지적하며 여야의 색깔론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간 미래통합당은 ′탈이념′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방향성이 모호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 ‘탈이념’ 강조한 통합당의 행보

최근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의 통합당은 ‘탈색(脫色)’에 집중해 왔다. 새로운 정강 초안에 ‘5‧18 정신’ 등을 명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통합당의 ‘탈이념’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냉전 시대 색깔론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장 체제가 실용적 정당,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좌측 깜빡이를 키고 우회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통합당이 이른바 ‘탄핵의 강’을 건너면서 함께 했지만, 여전히 어떻게 무엇을 함께할 것인지 방향성이 모호하고, 황교안 대표 체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조국 사태, 울산하명 사건, 윤미향 사태 등 현 정권의 문제가 이어진 것에 대해 도덕적인 척 했지만, 부패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그 이유를 친북‧좌파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도돌이표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민심이 갈렸던 이분법적인 흑백논리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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