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투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다양한 방식이 언급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투표’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별법’과 ‘개헌’의 문제점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민들께 큰 영향을 미칠 행정수도 이전 여부에 대해 직접 의사를 물어 결정하는 것이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헌법의 취지를 살리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역시 같은 제안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원내 제 정당이 ‘행정수도 이전 및 국가균형발전 특별 위원회’를 함께 구성하고 이곳에서 나온 합의안을 대통령께서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제안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개헌 없는 수도 이전’을 천명하고, 여야 합의를 통한 법률 제정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2004년과 2020년이 대한민국은 달라졌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재 판결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기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판례가 번복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심 대표 또한 “시대 상황과 헌재 구성의 변화를 들어 헌재의 판단이 바뀔 수 있다고 예단하는 것은 ′입법 모험주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던 것과는 달리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헌재의 (위헌) 결정이 여전히 실효성을 갖고 살아 있어 헌재가 다시 결정하기 전에는 국회와 청와대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결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개헌 불가피론’을 꺼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헌은 불가능에 가깝다. 절차적으로 특별법 제정보다 더욱 까다로운 탓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야권을 설득하는 일이다. 개헌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3분의 2’ 동의가 필수인데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 하더라도 단독으로 이를 통과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알면서도 개헌론까지 꺼낸 데는 민주당도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넘겨 받아야 한다. /뉴시스

◇ 대통령에게 공 넘겨 받을까

헌법 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대안으로 거론한 이들은 수도 이전이 외교‧통일 등은 물론 국가 안위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 헌법소원을 내고 위헌 판결을 받아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국민투표를 언급했다. 이 전 처장은 전날(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 문제는 결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헌법 제72조에 의한 국민투표에 회부하면 바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럴 경우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위헌판결이 난 사안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정치적 부담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국회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연말까지 시간을 갖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본격 가동한 민주당은 이날 1차 회의를 열고 2020년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여야 합의 우선 원칙을 재확인했다.

추진단 간사를 맡고 있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국민투표·특별법 세 가지 방안 중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연말 정기 국회까지 토론과정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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