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넘겨 받아야 한다. /뉴시스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청와대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 취임 전인 2017년 2월 14일 2017 국가균형발전선언 13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행정수도 완성 범시민 추진본부 준비위 회원들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여권이 쏘아올린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청와대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나 주식 양도세 부과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리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 민주당이 의제 제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제안한 지 일주일이 넘은 28일, 문 대통령은 여전히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여야 논의를 살펴보겠다”고 입장을 낸 것이 전부다.

반면 정치권은 대통령의 침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권은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야권은 지도부와 대선주자, 충청지역 의원들 모두 입장이 달라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행정수도 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행정수도 세종 이전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단장은 우원식 의원이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시나리오로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법’ 개정 ▲국민투표 실시 ▲원포인트 개헌 등 세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소속 정치인들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드러냈다. 지도부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대해 ‘국면전환용’이라고 일축했지만, 충청지역 의원들과 일부 의원들은 찬성 입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수도 이전에 대한 굳건한 생각을 갖는다면 내년 4월 7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 이전을 민주당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지만,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이전 논의를 당장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라며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여야 모두 해당 이슈에 대해 ‘말잔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만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이에 3기 민주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적극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실질적인 행정중심도시 완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2017년 3월 22일 대전을 방문해 지역 공약을 발표할 당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부)를 이전해 행정중심도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초기에 박수현 당시 대변인은 “행정수도 이전은 문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이슈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전면에 나섰을 경우 정치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대선 공약을 명시한 바는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 공약으로 걸거나 의제를 먼저 제시했을 때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이에 청와대는 논의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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