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기업의 채권단이 지분 매각에 나선 가운데, 매각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진흥기업
진흥기업의 채권단이 지분 매각에 나선 가운데, 매각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진흥기업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효성그룹 건설계열사 진흥기업의 채권단들이 지분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후 재차 매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 매각이 아닌 단순 지분 매각이라는 점과 진흥기업의 실적이 올해 재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원매자를 찾는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 경영권 없는 지분 매각… 새 주인 찾을까

28일 업계에 따르면 진흥기업의 채권단 등 주주협의회는 보유 중인 지분 44.08%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주관사는 삼정KPMG로, 채권단은 내달 원매자들에게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실사와 본입찰 등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 대상은 과거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당시 채권을 제공했던 채권단들이 보유한 진흥기업 지분이다. 세부적으로는 △우리은행 25.28% △KDB산업은행 7.58% △KEB하나은행 4.22% △신한은행 3.06% △KB국민은행 2.8% 등이다.

진흥기업은 1959년 설립된 건설사로, 2009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인수를 주도해 효성그룹에 편입됐다. 2000년대 초반 자체 브랜드 ‘더블파크’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확장했고, 2007년에는 ‘더 루벤스’를 론칭하며 브랜드 가치 제고에 나섰다. 현재는 효성의 아파트 브랜드 ‘해링턴’을 사용 중이며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52위에 올라있다.

진흥기업 채권단의 지분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채권단은 지난해 진흥기업 지분에 대해 매각을 진행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당시 건설경기의 불확실성 등으로 시장의 관심도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매각 작업에 있어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채권단 지분을 인수해도 최대주주인 효성중공업이 여전히 진흥기업의 경영권 유지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올해 진흥기업의 실적과 수주 또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 진흥기업의 최대주주는 효성중공업으로, 지분 48.19%를 보유 중이다. 채권단 지분을 소폭 웃도는 수치다. 채권단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효성중공업 또한 진흥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진흥기업은 지난 2011년 누적된 순손실과 완전자본잠식 등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후 2017년 2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고,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효성중공업은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졸업 등으로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경영권을 유지할 방침이다.

올해 실적이 주춤한 것과 향후 건설·부동산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흥기업의 올 1분기 매출액은 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74% 급감했다. 수주잔고 또한 2018년 말 3조880억원에서 올 1분기 기준 2조5,318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이 아닌 채권단 지분 인수만으로는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며 건설사의 신규 수주와 분양 등 성적의 위축이 예상되는 점도 좋지 않은 요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측 한 관계자는 “여러 채권단과 향후 협의를 거쳐 매각 절차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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