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이 제약업계 중 매출 대비 상품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제일약품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 돌입 소식에 제일약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제일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와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다. 양사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화 최종관문인 임상3상에도 최근 돌입한 상태다. 이르면 올해 내 결실을 맺고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한층 부풀어 오른 상황이다.

◇ 제일약품·한국화이자 파트너십 주목… ‘성석제 효과’ 빛 볼까

특히 화이자는 미국 39개 주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등지에서 18∼85세 3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BNT162b2’의 임상2·3상을 시작했으며, 오는 10월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이자 측은 “임상이 성공한다면, 이르면 10월 보건당국 승인을 거쳐 연말까지 1억회 접종 분량, 내년 말까지는 13억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자 양사와 관련된 국내 제약사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제일약품에 이목이 집중된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2·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사용이 승인될 시 국내 공급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데에는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사장)가 한국화이자제약 출신이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지난 2005년 3월, 제일파마홀딩스를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한국화이자제약에 몸담았으며, 한국화이자제약에서는 △재정담당 상무 △영업·마케팅&영업관리·노사담당 부사장 등을 거친 이력이 있다.

현재 제일약품과 화이자 간의 관계는 성 대표가 한국화이자제약에 재직하던 때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제일약품은 제일파마홀딩스 소속 시절이던 1996년부터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정’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리피토는 지난 1분기 기준 제일약품의 의약품 매출의 24% 이상을 차지하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의약품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성 대표는 제일파마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후 한국화이자제약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견고히 하면서 말초신경병성통증치료제(리리카캡슐), 해열·진통소염제(쎄레브렉스캡슐) 등 화이자 제품 도입을 더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 제일약품은 이를 통해 외형성장을 이어왔으며, 국내 10대 제약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제일약품이 타 제약사의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상품 중 5개 이상이 한국화이자 제품이다.

특히 제일약품의 주요 상품 중 한국화이자제약 제품 비중은 지난 1분기 전체 매출의 46.39%를 차지했다. 상품 매출만을 놓고 보면 60.75%가 한국화이자제약 상품이다. 사실상 화이자와 제일약품은 상부상조 관계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도 제일약품이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공적 공급 가능성” vs “전문의약품 사재기 불가능, 제약사 공급도 무게”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가 마스크를 공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에 비쳐보면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공동 판매를 하는 등의 협력 관계를 맺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물량을 확보해 필요한 곳에 나눠주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반면 일각에서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국내 공급을 제일약품을 비롯한 제약사가 맡아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자 정부가 마스크를 공적으로 공급하면서 이를 제한한 바 있는데, 이는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볼 수 있다”며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스크 대란 당시 정부가 개입해 마스크 공급사를 지오영과 백제약품 등 특정 기업으로 제한하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어 “또 백신과 같은 전문의약품은 사재기가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일반 제약사들에 맡겨도 충분히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화이자 또는 모더나가 국내에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는 제약사나, 한국 지사가 있다면 해당 제약사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면서도 빠른 공급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대해 한국화이자제약 측과 제일약품 측은 말을 아꼈다. 현재로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의약품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는 어려운 게 보통이라 양사의 이러한 반응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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